예배 자료/묵상

해마다 반복되는 청소년 수련회.. 무엇이 문제인가?

habiru 2018. 8. 2. 12:33

“해마다 반복되는 청소년 수련회.. 무엇이 문제인가?”


여름은 가장 목회자에게 있어서 1년 중 바쁜 계절일 테다. “회심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회심 사건이 일어나는 역사적인(?) 수련회가 열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괄목할 만한 사역의 결실을 볼 수 있는 까닭에 목회자들은 늘 여름을 기다린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이지만 목회자들이 어영부영 여름을 넘어갈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비단, 이는 성실한 평신도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교회도 이번 여름을 쉬이 간과할 수는 없었다. 자칭타칭 한국교회 최고의 강사를 모시고 수련회를 주최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인맥으로 “청소년 수련회”에 명석한 설교자를 염치 없는 강의료(?)로 초빙했으니 더욱 그렇다. 촌철살인의 말솜씨로, 본문을 해부하는 강사님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지성이면 지성, 영성이면 영성, 어느 것 하나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들어본 최고의 설교 중, 하나였으리라. 

이윽고 청소년들이 넋을 놓고 말았다. 아뿔사! 특별한 진행 방식과 비수를 꽂는 메시지에 청소년들의 초점이 흐릿해졌다. 그들은 몽롱한 꿈나라에서 표류하고 있었다. 정처 없는 부표처럼 그들은 이러지리 방황했다. 지겹다, 어렵다 등의 볼멘 소리들이 터져나왔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몇몇을 제외한 청중들은 일류 쉐프의 인품과 진심이 들어간 요리에 대한 경탄 없이, 따박따박 서비스된 요리를 받아 먹는 경박한 객들이었다-어찌 그것이 청소년들에게만 해당하겠는가, 나를 포함한 청장년들도 할 말 없으리라-.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경외감 없이, 인스턴트처럼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져 있던 것에 틀림 없었다. 입맛을 매료시킬 조미료와 영혼 없는 서비스를 바라며 갑질을 하고 있었다. 


“나를 만족시켜 달라! 좋은 서비스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달라!”


제각각 타당한 이유로 아우성 대는 사람들의 요구에 금세 진절머리가 났다. 청중들의 입을 꿰메주고 싶었다. 두어 시간의 강의 안에 들어가 있는 땀과 수고, 그리고 시간을 어느 하나 존중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사람이 소비주의라는 마귀의 올무에 걸려 넘어져 있었다. 

이윽고 나의 확신은 기도회에서 확인되었다. 메시지와 전혀 상관 없는 기도회와 극적인 효과를 통한 무대 연출에 그렇게도 끔찍히 불만스러워 하던 청중들이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기도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가식과 위선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럼에도 용서하리라-. 어쩜 그리도 경박한지! 일관성 없는 그들의 태도에 화가 났다. 단, 5분만에 급작스레 변하는 그들의 변덕에 나는 지치고 말았다. 

나는 다짐했다, 이 소비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날 길을. 이 마귀의 간계를 파헤치길 말이다. 

'예배 자료 >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림을 위한 기도  (0) 2018.11.09
선택의 기도  (0) 2018.11.03
(2018. 04. 27) 평화  (0) 2018.04.27
애 2:20-22 묵상: 예언자의 고난을 닮아가기  (0) 2018.03.24
creatio ex nihilo  (0) 2018.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