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삼양동교회 32

여수에서(240117-18)

• 1/17(수) 며칠 전, 당근에서 샀던 모자를 잃어버린 후에 ‘아름다운가게’에서 콜럼비아 모자를 단돈 5천 원에 구매했습니다. 매장 곳곳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물건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모자를 눌러쓴 채, 비 내리는 거리를 걸으니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후 아빠와 만성리 해변에 있는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을 했습니다. 창밖 보이는 남해를 바라보며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몸을 녹였습니다. 축축하게 내리는 안개비와 대조된 카페 안의 포근함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제주에서의 삶, 앞으로의 생각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 늦은 오후가 되었습니다. • 1/18(목) 부모는 이러나저러나 자식 걱정인가 봅니다. 이제 걱정을 덜어드려야 하는데, 여전히 못 미더운 자식인지라 죄스러운 맘이 큽..

일상 2024.01.19

서울 방문기(240112-15)

며칠간 서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대전으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병원 검사를 위한 일정이었는데,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서울에서의 소소한 일정을 메모했습니다. • 제훈 형님과의 만남 대학을 졸업한 이후, 근 10년만에 만난 제훈 형님은 그대로였습니다. 세월이 세월인 만큼 서로 하수상한 일들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형님은 그대로였습니다. 형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학창 시절에 배웠던 김기림 시인의 가 떠올랐던 건 왜일까요. 옆에서 조용히 기도하고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일상 2024.01.15

비루한 신앙

“작중 사제 로드리고가 박해기 일본의 나가사키 험지에서 맞닥뜨린 것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기리시탄 농민들의 삶이었다. 농민들은 비참한 삶의 탈출구로서 내세 신앙에 붙들려 있었다.” - "복음과 상황" 12월호 커버스토리 中 일반적으로 현실에 불만족하면 내세 신앙이 강하고, 현실에 만족한다면 현세 신앙이 강하다고 합니다. 그 말로 저울질해 보며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어느새 자기희생과 고통, 역경과 같은 단어들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수록 배 나온 아저씨가 되고 있다는 생각에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중산층/보수화 된 이에게 천국 소망이 중요할 수 없습니다. 덮어놓고 따뜻하면 그만입니다. 처음 사랑, 별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배고프고 아프면 자연스레 회복됩니다. 비루한..

어떤 사람이 야훼의 산에 오르랴

[시편 24:3-6, 공동번역] 어떤 사람이 야훼의 산에 오르랴? 어떤 사람이 그 성소에 들어서랴? 행실과 마음이 깨끗한 사람, 허망한 데 뜻을 두지 않고 거짓 맹세 아니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야훼께 복을 받고 하느님께 구원받을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하느님을 찾는 사람이며 야곱의 하느님 앞에 나아갈 사람이다. (셀라) 행실과 마음이 깨끗하고, 허망한 데 뜻을 두지 않고 거짓 맹세 아니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주님께 복을 받고 구원받을 사람이라면요, 저도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주님 계신 곳에 나아가 얼굴도 뵙고, 대화도 나누고 싶습니다.

인도하시는 길, 언제나 곧은 길이요

[시편 23:1-3, 공동번역]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누워 놀게 하시고 물가로 이끌어 쉬게 하시니 지쳤던 이 몸에 생기가 넘친다. 그 이름 목자이시니 인도하시는 길, 언제나 곧은 길이요. 주님은 인도하신다, 굽은 길 아닌 곧은 길로. — 대학에선 철학이 주전공이었지만 기독교학을 복수 전공했습니다. 목회자 후보생을 뽑는 특별전형으로 입학했기에 대형교회에서 주는 장학 혜택도 받았습니다. 주전공이었던 철학은 나름 흥미 있었지만, 학교에선 기독교학 교수님들의 훌륭한 강의 덕분에 성경과 신학을 공부하는 즐거움이 더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는 어떤 신학교로 진학할지 고민을 하며 몇몇 교수님들께 상담을 받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장신을 추천하셨지만, 조언을 뒤로하고 침신을 갔습니다. 여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