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안수 8

목사 안수례

2014년, 대학을 졸업했던 그 해에 곧바로 신대원에 진학했다. 그때엔 대전이 그토록 낯선 도시일 수 없었다. 막 집을 떠나 대학을 입학했던 때가 떠오를 정도로 외로웠고, 찾아갈 교회조차 없다는 게 슬펐다. 듣기로는 사촌누나가 대전에 산다고는 했지만 왕래한 적이 없었고, 막역한 지인이 있었지만 그의 신혼생활을 방해할 순 없었다. 당시엔 대전에 빨리 적응하는 게 내겐 중요한 과업이었다. 그러니 학교에서 만나는 인연 하나하나가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모든 이들과 우정을 함께할 순 없었고, 모두를 붙잡고 싶지도 않았다. 낯을 가리는 탓에 무리와 어울리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였을 테다. 그런 부적응자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달우 형이었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갓 귀국했던 형은 도통 ..

목사 안수 2023.08.18

목회자 인준교육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 대전에서 양일 간 목사 인준교육을 받았다. 이를 통해 공식적으로 교단에 등록된 목사로 인준받게 되었다. 선배 목회자의 강의를 중심으로 진행된 일정은 , , 등의 다양한 주제로 쉬지 않고 진행되었다. 후배 목사들을 향한 선배 목사의 조언에는 격려와 충고, 안쓰러움, 걱정 등, 하나의 단어로 포착되기엔 복합적이고 미묘한 의도와 감정 들이 섞여 있었다. 베테랑 목사로서 이제 막 목사가 된 풋내기 목사들에게 하고 싶은 잠언이 얼마나 많았을지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다. 수십 년의 세월을 지나며 겪은 지혜의 총량을 헤아릴 수는 없을 테다. 그럼에도 교육받는 169명의 목사들이 제각각 느끼는 소명의식은 그야말로 숭고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가망 없이 쇠퇴하고 있는 사양업종..

목사 안수 2023.06.28

교수님께 드리는 안부인사

교수님! 잘 지내시죠?^^ 한여름의 문턱 앞에서 안부인사 드립니다. 저는 최근에 광명지방회에서 목사 시취까지 받았고, 다음 주에 목사인준교육을 받습니다. 안수는 8월 중에 받을 듯한데 인준교육을 먼저 받게 되었습니다. 금번 인준교육 장소가 침신대라서 월요일에 대전에 갈 예정입니다. 한번 뵙고 싶긴 한데, 일정상 따로 뵙기가 어려울 듯합니다..(곤란) 시취를 준비하면서 한 사람의 남편이자 목회자로서, 가정과 교회 안에서 어떻게 좋은 에토스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배우면서 익혔던 것에 대한 소화흡수율이 몇 퍼센트나 될까, 소화기관이 무척이나 비효율적인 것만 같습니다..ㅎㅎ 그래서 요즘엔 이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두세 번 읽으면 조금 더 소화를 잘할 수 있을..

일상 2023.06.24

습관이 영성이다(You Are What You Love)

오늘날, 젊은 복음주의자들은 종교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이 가진 복음주의 사상을 팔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호기롭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에겐 경쟁력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남들과는 다른 브랜딩 상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새로운 방식의 카테고리 안에서 대안적인 목회를 한다고 소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뻔한 경우가 많다. 외형적인 면에선 신선한 매력이 넘치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부실하기 이를 데 없다. 기존 교회에 대한 비판은 있으나 구체적인 대안은 없기 때문이다. 부패한 교회, 타락한 목회자 덕분에 반사이익을 얻는 것이다. 건설적인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토대가 되는 텍스트(성서, 교회전통)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한데, 시대적 흐..

목사 후보생(4)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의 목사로 안수를 받기 위해서는, 대개 안수 후보자가 봉사하는 교회가 소속된 지방회에서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략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1)목사 후보자에 대한 시취 청원서를 소속교회의 사무처리회(성도총회)에서 소속 지방회에 제출하여 심사에 들어간다. (2)지방회 목사시취위원회에서 목사 후보자의 이력 및 자기소개서를 살펴본 후, 간단한 질의 및 면접을 진행한다. (3)면접 후, 목사 후보자의 신학성을 검증하기 위한 소논문 주제를 위원당 1개 과목을 배정해 제출하도록 한다. 목사 후보자는 조직신학, 성서신학 등의 이론신학과 실천신학 내용으로 7~8편의 소논문을 작성·제출한다. (4)제출된 논문은 시취위원회에서 검토한 후, 면접을 통해 목사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한다. 목회자의 ..

목사 안수 2023.04.19

목사 후보생(3)

안수받은 목회의 사역을 업신여겨 그리스도인 일반과 비등하게 여길 것도 아니요, 특수한 소명과 계급으로 여길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밀리오리의 책 내용을 곱씹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목회가 무엇인지, 왜 목회자로 살고자 결심했는지, 답하기엔 버거운 질문들이 끊이지 않는다. 목회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목회자로 형성되는지 그것이 질문의 요체(要諦)일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진정한 사람(the real man)이 되는 길을 제시한 것이라면, 부활과 성령의 강림 사이 2개월의 시간이 참사람의 덕스러운(aristos) 사람으로 목회자가 되길 간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랄 뿐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자유와 화해의 사역에 참여하도록 부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또한 모..

목사 안수 2023.04.18

목사 후보생(2)

1. 오염된 목사의 이미지 솔직하기로 했다. 목사가 되고자 하나, 목사상(像)을 그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목사는 무엇이며, 누가 진짜 목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얀색의 와이셔츠와 붉은색의 넥타이, 날이 서 있는 양복 위에 입은 주름진 검정 가운, 표준어를 구사하고 “할렐루야”와 “은혜”의 단어를 남발하는 그가 진정 목사인가! 슬프게도 목사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다. 껍데기는 알겠지만, 속은 도통 모르겠다. 목사의 이미지가 오염된 것이다. 검증되고 공인된 목사의 이미지도 없고, 이를 체현한 참 목사의 목양을 받아본 적이 짧아서일까, 혹은 없어서일까. 2. 목사를 위한 준비 지도교수였던 K교수님, 평소 존경하던 J목사님을 찾아가 여쭤봤다. 목사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와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조..

목사 안수 2023.03.22

목사 후보생(1)

비와 눈이 하늘에서 내려서, 땅을 적셔서 싹이 돋아 열매를 맺게 하고, 씨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사람에게 먹거리를 주고 나서야, 그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나의 입에서 나가는 말도,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고 나서야, 내가 하라고 보낸 일을 성취하고 나서야, 나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이사야 55:10-11, 새번역) — 2023.03.02.목요일. 지난 2월 13일, 목사 안수를 받고자 목사 시취청원서를 지방회에 제출했다. 7~8명의 지방회 시취 위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5분 내에 자기 자신을 소개할 것, 앞으로의 목회 계획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뻣뻣한 자세로 대답하던 내 모습은 누가 봐도 영락없이 긴장한 모습이었을 테다. 간단한 면접을 마친 후, 밖에서 기다리다 보니 긴장이 풀린 까닭인..

목사 안수 2023.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