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피터슨 8

카타콤 장로교회

목사 안수 이후, 교회 개척을 준비하고 교회를 개척하여 목회한 유진 피터슨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재미있다.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교회 개척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씩 바뀌는 듯하다. 십자군과 같이 기독교 진리가 없는 곳에 십자가를 꽂고, 정복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된다. 내게 있어서 교회 개척과 성장을 위해 목회 컨셉, 포지셔닝, 목회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적용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 성령 하나님께서 교회를 잉태하시고, 그의 자궁 안에서 교회를 자라나게 하시며, 교회로서의 소명을 할 수 있게 하신다는 믿음이 결여되어 있다면, 교회의 존재는 금방 퇴색되어 버릴 것이다. 그의 말처럼 누가복음에서 에수님의 이야기가 사도행전에서는 교회의 이야기로 이어지듯, 교회로 잉태되는 교회 개척의 이야기에 참여하고..

목사 안수 2023.06.20

"Let's go!"

아직은 깜깜한 새벽, 아내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는 듯하더니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다시 돌아와 남편을 깨울세라 조심스레 침대에 몸을 뉘이는 아내가 퍽이나 고마왔지만, 이미 나는 잠을 깬 지 오래다. 몸은 자고 있으나, 정신은 맑다. 나는 가만히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나는 지금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는지, 괜스레 걱정스럽다. 지난 세월의 족적을 훑으니 벌써 신학교 교정을 나선 지도 2년이 지났다. 돌아보니 나는 2년 동안 교회 사역 현장과 거리를 두고 살았다. 어제 아내에게 주려고 주문했던 메시지The message가 도착했더랬다. 추천사와 표지 날개를 읽으며 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Let's go!"메시지의 저자, 아니 성경의 충실한 번역자였던 유진 피터슨(Eugene..

일상 2021.04.07

유진 피터슨 With 보노

목회자들의 목회자 유진 피터슨과 U2의 싱어 보노와의 대화는 적지 않은 감동을 준다. "묵상이란 무엇인가?," "기독교인은 어떻게 성서를 대하는가?" 등의 엉켜 있는 문제들을 푸는 실마리가 된다. 아마 유진 피터슨은 하나님께서 목회자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보내 주신 선물이 아닐까 싶다. 이제 그는 하나님과 함께 쉼을 누리고 있지만, 그가 남긴 유산들을 보며 "내가 누구인지" 묻게 되지 않을 수 없다. 아직까지 그의 책을 전부 읽지 않았다는 데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있다.

일상 2019.12.24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매우 천박한, 헐리우드 식의 사랑입니다. 사랑을 생각하면 노을이나 감미로운 음악이 연상됩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감정이 아니라 결단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당신께 순종하도록 만드는 결단! 그것이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제게 이 사랑을 가르쳐 주소서. -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 미국의 신학자

목회의 현실

목회에는 영예로운 면이 많지만, 회중은 결코 영예롭지 않다. 회중은 니느웨와 같은 곳이다. 성공에 대한 기대가 별로 크지 않은 상황에서 열심히 일해야 하는 곳이다. 적어도 도표로 측정할 수 있는 그런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 예배와 기도의 장소에서, 날마다 일하고 노는 장소에서, 미덕과 죄가 오가는 혼잡함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계속되고 있음을 누군가는 신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회중을 미화하는 사람은 목사에게 몹쓸 짓을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화려하고 열정에 찬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하고 있기에 우리 설교를 듣는 우리 회중들은 그렇게 되지 않는지 의아해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게 대단한 회중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어느 곳이든 오래 ..

유진 피터슨의 영성신학

브렌다가 온 다음 날 채리티가 새벽 5시에 브렌다의 방으로 오더니 침대로 기어 올라가 할머니 품에 안기면서 말했다. "할머니가 계시는 동안에는 우리 '하나님 애기(godtalk)' 하지 말아요, 네?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시다고 나는 믿어요. 그러니까 우리 그냥 살아요." 브렌다가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나는 채리티가 무언가 중요한 것을 포착했구나 생각했다. 그것은 황무지에서 목사의 소명을 단련시켜 주는 불 가운데 있던 내가 깨닫기 시작한 것과 일치하는 말이었다. '하나님 얘기'라는 말이 결정적이었다. 채리티가 하고자 했던 말은 그리스도인들이 사는 나라는 삶 전체라는 것이었다. 시편에서는 그것을 '산 자의 땅'이라고 종종 표현한다. 채리티의 말이 의미하는 또 한 가지는 우리의 말과 글과 가르침과 기도로..

목회자의 소명

나는 그 예술가들과 윌리 오싸와 함께 2년간 그 금요일 저녁 시간들을 보냈다.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설명서에 따라 사는 것 같아 보이는 사회에서 자신의 소명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과 그렇게 가까이 지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내가 보기에 예술가들은 자신의 소명이 주는 정체성에 대해서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이 '성공적' 예술가가 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의 소명은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은 그들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들은 브로드웨이에서 연기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분명 윌리는 자신의 그림을 매디슨 애비뉴에 있는 갤러리에 전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쉐키나 이야기

폴이 말했다. "유진, 이 이야기를 알아 두는 게 좋을 거야. 오래된 랍비 이야기야. 쉐키나는 집단적 비전을 일컫는 히브리어인데, 그 집단적 비전을 통해 흩어져 잇던 신성의 파편들이 한데 모이지. 보통은 빛을 퍼뜨리는 현존으로 이해해. 말하자면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 하나님을 인식하게 하는 빛이지. 하나님은 보통 어떤 장소에 계시진 않지만 말이야. 그건 대대적으로 드러나는 광경이라기보다는, 격려하거나 확인해 주기 위해서 혹은 우리가 아직은 볼 눈이 없는 어떤 것의 실재를 드러내기 위해서 하나님이 자신의 재량으로 선택해서 보여 주시는 것에 더 가까워. 성경에 나오는 용어는 아니지만 중세 때 유대교 신비주의에서는 자주 사용이 되었다네." 폴은 선지자 이사야와 닮은 그 수염 사이로 계속 말했다. "단어의 뜻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