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교회 18

누가 살아 남겠느냐

[말라기 3:1-4, 새번역]1 "내가 나의 특사를 보내겠다. 그가 나의 갈 길을 닦을 것이다. 너희가 오랫동안 기다린 주가, 문득 자기의 궁궐에 이를 것이다. 너희가 오랫동안 기다린, 그 언약의 특사가 이를 것이다. 나 만군의 주가 말한다.2 그러나 그가 이르는 날에, 누가 견디어 내며, 그가 나타나는 때에, 누가 살아 남겠느냐? 그는 금과 은을 연단하는 불과 같을 것이며, 표백하는 잿물과 같을 것이다.3 그는, 은을 정련하여 깨끗하게 하는 정련공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서 레위 자손을 깨끗하게 할 것이다. 금속 정련공이 은과 금을 정련하듯이, 그가 그들을 깨끗하게 하면, 그 레위 자손이 나 주에게 올바른 제물을 드리게 될 것이다.4 유다와 예루살렘의 제물이 옛날처럼, 지난날처럼, 나 주를 기쁘게 할 것..

구도자 선생님께(4)

Q. 무로부터의 창조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가?“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 창세기 1장 1-2절을 얘기하시는 거겠죠. -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신학자들은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억나는 바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겁니다. 1.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허함에서의 창조 2. 물질은 있으나 뒤죽박죽 섞인 무질서(chaos)에서의 창조지금으로선 이론적 논거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할 수는 없겠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2번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창세기가 쓰인 시기는 바빌로니아 제국의 포로기로 보는 바가 많습니다. 이 당시, ..

일상 2024.09.20

구도자 선생님께(3)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늘은 선생님의 글에 대해 세세한 답글보다는 빠른 내용의 답장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거나, 부재를 증명한다는 식의 변증에는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예시로 드셨던 아퀴나스와 안셀무스의 신 존재증명에 대해 많은 반론이 있었고, 완벽히 신 존재를 증명한 논증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신 존재의 증명은 객관적이고 설득적인 방식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해서 다시 말씀드립니다. 저는 설득과 변증의 언어로 대화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종교철학자가 아닌, 목사로서 제 덕과 기능에 따릅니다. 목사는 신학 그 자체가 아니라, 공동체에서 해석한 신앙의 언어에 익숙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신 존재를 ..

일상 2024.09.20

구도자 선생님께(2)

안녕하셨어요, 선생님. 오랜만에 연락을 드립니다. 어느새 추석이 다가왔는데, 아직까진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시길 빕니다. 최근에 저는 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세계관에서도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길가메시 서사시에 대한 이야기와 비슷한 면이 있는 거 같았습니다. 영생을 얻기 위해 인류를 창조한 엔지니어(프로메테우스)를 찾아간 사람이 있었고, 결국 그는 엔지니어를 만나지만 영생을 얻는 데에 실패합니다. 마치 길가메시처럼요. 신학자들은 아래로부터(인간으로부터) 진리를 획득하느냐, 혹은 위로부터(신으로부터) 진리가 계시되느냐, 이 얘기를 오래도록 논쟁했습니다. 위대한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가 펠라기우스와 논쟁한 이유도, 마르틴 루터가 “오직 은혜”(Sola Grat..

일상 2024.09.20

구도자 선생님께(1)

잠시 제 소개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기독교 중심의 세계관과 문화를 습득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선생님과는 다른 배경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임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람마다 살아온 세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종교, 더 나아가 본질적인 영적 생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기독교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영적'이라는 개념은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지만, 저에게는 나를 구성하는 정신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인이 된 이후에는 기독교 교회에서 정한 규범을 넘어 진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여러 곳을 탐색하고, 성서에서 말하는 진리를 연구하기도 했습니다.이제는 ..

일상 2024.08.13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는 속담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면박할 때에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이 속담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개와 동거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의외로 개는 풀을 잘 뜯어 먹는다. 무와 당근, 심지어 오이도 잘 먹는다. 개는 튼튼한 위장을 갖고 있어서 되새김질 하지도 않고 촵촵촵 풀을 잘도 씹어 먹는다. 텔레비전에서 호랑이나 사자도 풀을 뜯어 먹는 걸 본 적이 있다. 육식동물도 소화를 위해 풀을 먹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들으며, 평화로운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다. 촵촵촵. 개 풀 뜯어 먹는 소리가 날 건 분명하다🐶🍀

일상 2024.03.14

제주, 첫 예배

공식적으로는 오늘, 제주에서 첫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몇 년 간 아내, 땅콩이와 예배드릴 줄 알았는데, 소식을 듣고 세 분이 더 찾아오셔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상호 간에 초면이라 다소 어색하기도 하고 긴장도 됐지만, 한 식탁에서 함께 말씀을 읽고, 떡만두국을 나눠 먹으며 소박한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냄비 가득했던 떡만두국의 바닥이 보이기까지 볼품없는 음식을 맛있게 잡수셔서 기분 좋았습니다. 평소 부족한 살림을 핑계 삼아 나누기에 인색하고, 밥상으로 손님을 초대하기에 옹졸했던 제 자신을 되돌아보며 베풂과 환대의 중요성을 되새김질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읽은 십계명 사건이, 오늘날 (기후)식량 난민 문제(야곱 일족의 이집트 거주 배경), 체류 외국인 문제(이주민의 노동권, 인종차별)와 맞닿..

고독한 고통

나 홀로 외로이 쓸쓸함을 견디고, 혼자서 짐을 지는 것만큼 아픈 건 없다. 어린 시절, 얼차려를 받으면서도 히죽거린 까닭은 친구들과 함께 얼차려를 받아서였다.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우라는 말씀은 세상의 고통을 나눠지라는 말일진대, 나는 이 시기만 되면 민망할 따름이다(골 1:24). — 고통이 견디기 어려운 까닭은 그것을 혼자서 짐져야 한다는 외로움 때문입니다. 남이 대신할 수 없는 일인칭의 고독이 고통의 본질입니다. 여럿이 겪는 고통은 훨씬 가볍고, 여럿이 맞는 벌은 놀이와 같습니다. 우리가 어려움을 견디는 방법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신영복

탐나는인재 9기 합격 소식🎉

이곳저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직장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기엔 버겁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직장인의 정체성과 목회자의 소명이 서로 충돌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장생활 4~5년 만에 이중직 목회의 (불)가능성을 논하기엔 주제넘은 것 같고, 여전히 이중직 목회자들을 응원할 따름이다.그런 나의 최근 관심사는 “지속가능성”이다. 이는 목회의 지속가능성이기도 하고, 시민으로서의 나 자신의 지속가능성이기도 하다. 또한 교회의 지속가능성이다. 지방소멸과 출생률 저하는 교회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임이 틀림없지만, 주류 교회들이 보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척이나 걱정스럽다. ‘저출산극복을 위한 기도회’라는 발상에 여러모로 놀라웠다(’23.12.10.). 그런 면에서 나에겐 꿈이 하나 있는데, 교우..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17살 때부터 지금까지 40년 동안 요리사와 웨이터로 일했어요. 대학에 꼭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좋아하는 요리사와 웨이터 일을 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식당에 취직했죠. 거기서 공부와 일을 병행했고요.” (…) 인터뷰 중간에 P가 아들 자랑을 늘어놓았다. “올해 22살인데 열쇠 수리공으로 일하고 있어요.” 열쇠 수리공? 평생 식당 종업원으로 일해온 아버지 밑에서 자란 '출세'한 아들의 이미지를 떠올리던 나는 솔직히 좀 의아했다. 그러나 P는 되레 이렇게 말했다. “한 번도 아들이 판검사나 의사나 교수가 되길 바라지 않았어요. 열쇠수리공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필요하고 의미 있는 직업입니까?” (…) 한 대기업 간부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아들 이야기를 꺼내면서 "아비로서 참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