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자료/묵상

8/23, 성령강림절 후 제12주(개정공동판 성구집)

habiru 2020. 8. 23. 13:25

1. 이스라엘이 학대받던 중에 모세가 태어나다(출애굽기 1:8-2:10)

이집트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던 이스라엘인들이 본토인들에 의해 대대적인 학대를 받게 된다. 이방인(에일리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기존의 사회 질서와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나아간 결과가 폭력과 살인인 것이다. 이 과정 중에 모세가 태어난다. 운이 좋게 대규모 민족학살(제노사이드) 중에 살아남게 된 모세는 이집트 공주의 아들로 입양되기까지 한다. 그러나 아기 모세를 딱하게 여겨 입양한 공주나, 모세의 친가족이나 모세의 출생 배경과 신분을 잊은 것은 아니다. 장성하기까지 모세는 자신에 대해 고민했을 것이다. 

 

2. 새로운 삶을 살라(로마서 12:1-8)

바울은 유대인과 이방인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새로운 인류라고 한다(9-11장). 새로이 만들어진 인류는 새로운 정체성에 따라 새 삶을 살아야 한다. 이전의 육체를 산 제물로 드린다는 것은 불에 살라져 사라지는 것이니, 새로운 인류에게 이전의 풍조를 따르는 삶 자체는 불가능한 것이다. 천성적으로 주어진 재능에 따라 부여된 역할이 아니라, 한 몸이라는 교회 안에서 각 사람에게 역할이 주어지게 된다.  

 

3. 인자를 누구라 하느냐(마태복음 16:13-20)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누구라 하느냐, 제자들에게 물으신다. 이에 제자 베드로는 예수님께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라고 고백한다. 이 위대한 고백 이후, 처음으로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 말씀하신다(마 16:21ff.). 이를 통해 예수님의 질문은 제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평범한 사람과 똑같은 한 사람으로서 십자가를 져야 하는 자신의소명에 대한 질문이었을 수도 있다고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 질문 이후 십자가의 길은 명징해지고 고난받는 메시아에 대한 예언이 성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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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모아나”는, 간단히 말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사실, 사춘기 소녀(?) 모아나의 모험심은 개인적인 기질에 의한 것이 아니었으며, 그의 유전자 속 뿌리 깊이 내려 있었던 것이었다. 그 모험이 장엄하고도 위대한 여정이라는 데서 그는 영웅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는 영웅일 수 없다. 그의 모험은 조상들의 전통과 이야기가 만들어 낸 열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에서는 영웅 서사가 갖는 부담감이 거두어지고, 소시민이고 평범한 이들에게 용기를 준다. 

모세의 이야기, 바울의 이야기, 예수님의 이야기는 모두 그런 점에서 비슷하다. 나는 누구인가?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자 거룩한 무리들의 전통 속에 있는 한 사람이다. 비록 모세의 이야기가 진부한 영웅 서사처럼 보일지 모르나, 이야기 이면에는 이스라엘이라는 거룩한 선조들의 전통과 이야기,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1본문). 새로운 인류, 거대한 본류에 소속된 지류로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간다(2본문). 자주 까먹고 잊어버릴 때가 있지만 내가 누구인지를 잊을 수는 없다(3본문). 24601이라는 죄수 번호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장발장의 노래가 기억난다(“Who am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