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권 4

교회예전과 기독교윤리학 방법론(2)

매킨타이어에 있어서 사회적 실제는 “사회적으로 정당화된 협동적 인간 활동의 정합적, 복합적 형식”이다. 그것은 협동적 인간 활동이 사회적으로 축적된 것이다. 이 사회적 실제에는 선(gods)이 내재해 있다. 우리는 이 사회적 실제에 입문 또는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실제에 내재해 있는 선을 성취할 수 있다. 여기서 사회적 실제에 참여한다는 것은 일회 완료적 의미라기보다는 진행적 의미를 갖는다. 즉 그 사회적 실제에 참여하여 그것에 맞춰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여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회적 실제는 그 사회의 풍토에 뿌리박아 그것에서 하나의 실체로 형성될 뿐 아니라,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실제는 역으로 그 사회의 풍토와 그 구성원의 성품을 형성시켜 나가는 역할을 한다. 교회예전에 대해 우리는 매킨타이어의 ..

교회예전과 기독교윤리학 방법론(1)

침례와 주의 만찬은 주님게서 제정하신 것이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는 이 두 예전을 지난 이천 년 동안 계속 시행해왓다. 이것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교회 공동체는 그 예전에 적합한 윤리적 가치를 내면화해 왔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이 두 예전을 제정하실 때 명시적으로 표명한 윤리적 가치는 없다. 말하자면, 교회 공동체는 명시적으로 주어진 윤리적 가치 개념이 없는 상황에서도 교회예전을 시행하면서 윤리적 가치를 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 예수님께서 침례를 가르치면서 근대의 인권 개념과 연관되는 평등적 가치를 가르치지 않으셨지만, 침례를 행한 자들의 모임 안에서는 평등이 실현되고 있었다. 또한 예수님은 침례나 주의 만찬을 제정하시면서 현대 이후에 강조되고 있는 공동체성의 윤리적 가치에 대해서 ..

십자가 기사의 에토스

십자가 기사는 비폭력 저항이라는 창조적 실천 방식의 중요성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준다. 예수의 십자가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방법과 과정이 비폭력적 저항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십자가와 관련하여 위에서 언급한 것의 구체적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당대 사회 질서에 대한 선택적 부정은 '저항'으로, 선택적 긍정은 '비폭력'으로 나타난다. 예수는 당대 사회의 악에 대해 저항의 입장을 분명히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악을 러딘하기 위해서 폭력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폭력적 저항을 포기하고 폭력을 당하는-죽기까지 순종하는-저항의 저세를 취하셨다. 당시 대중들이 갈망하던 메시아적 폭력 즉 "구원하는 폭력"을 예수께서 끝까지 사용하지 않자..

예수의 삶의 궤적: 성육신, 십자가, 부활

예수의 성육신, 십자가, 부활을 오직 구원론적 관점에만 초점을 두고 이해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와 같이 인간이 되신 하나님은 참된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인간의 참된 삶의 궤적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신 점을 간과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성육신, 십자가, 부활을 예수의 구체적인 삶(의 모범)에서 분리시키면, 앙상하게 추상화된 신조만 남게 됨으로써, 그것들 속에 담겨 있는 윤리적 삶의 에토스를 사장시킬 가능성이 많다. 신조에 대한 믿음으로는 '신자'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제자'를 만들기는 어렵다. 그 결과 신자와 제자의 분열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제자가 아닌 신자의 삶에서 예수 윤리가 묻어난 삶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셰인 클레어본(Shane Claiborne)이 지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