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비 내리는 날 뒷짐 지듯 삽을 멘 채 논배미를 천천히 걸어가는 늙은 농부를 보았습니다. 그의 허리는 굽어 있었습니다. 흙과 더불어 살아 흙을 닮은 듯 그의 표정은 담담했습니다. 거룩함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늘 그 자리에서 땀 흘리며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이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주님, 세상길을 걷느라 우리는 지쳤습니다. 숨이 가빠옵니다. 이러면 안 되지, 안 되지 하면서도 습관처럼 발걸음을 빨리 하며 삽니다. 그 분주함이 우리에게서 안식을 빼앗아 갑니다. 내적인 빈곤으로 인해 우리는 걸신들린 사람처럼 뭔가를 향해 돌집합니다. 풀꽃 한 송이 속에서도 하늘을 보셨던 주님을 닮고 싶습니다. 주님, 이 메마른 땅을 걸어가는 우리의 그늘이 되어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도 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