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2

왜 땅콩이는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어요?

저희 가정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5세 수캐 땅콩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왜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느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땅콩이의 중성화 수술에 대해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때로는 얼굴을 붉히며 다투기도 했습니다. 땅콩이처럼 예민한 개에게는 중성화 수술이 도움이 된다는 훈련사의 조언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건강 염려(호르몬・체중 변화 등)와 동물의 자기 결정권 때문이었습니다.  중성화는 수의학 용어로 'de-sexing'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성별을 제거한다는 뜻입니다. 누군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람의 생식기 일부를 제거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끔찍한 일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수술일 수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

일상 2024.12.18

가장 중요한 건(ουσία) 눈에 보이지 않아.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계룡산 북쪽 계곡에 자리 잡은 마을입니다. 상신마을에는 은사님이신 J 교수님이 살고 계십니다. 정년은퇴까지 J 교수님은 학자로서의 업(業)에 진지하셨고, 은퇴 이후에도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며 기획자와 편집자, 번역가로서 충실하게 살고 계십니다. 교수님 댁에 방문할 때마다 직접 로스팅해서 내려주시는 커피는 고소한 풍미와 향긋한 냄새가 일품이었습니다. 한 모금의 커피를 삼킬 때마다 콧구멍으로 전해지는 온기와 향기를 잊을 수 없습니다.   몇 년 전 어느 날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제자들에게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세계 곳곳에서 번역된 도서를 보여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각국 언어로 번역된 도서전을 열고 싶다고 말입니다. 그러시면서 제게 그리스어 역본의 일부를 보여주셨습니다. 한참이나 지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