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는 독서하는 이들에게 '저공비행'이 중요하다고 종종 말씀하셨는데, 이는 텍스트의 의도와 흐름, 논지를 넘어서는 독서를 하지 말라는 당부였다. 텍스트라는 지면에 밀착해 비행해야 텍스트의 지형과 지리를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텍스트 저 위에서 '고공비행'을 하다 보면, 텍스트라는 현실과 괴리된 공상을 하게 된다. 선생님께서는 텍스트에 불성실한 ‘고공비행’ 독서를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시고는 하셨다. 베드로의 궤도를 이탈한 질문에 예수님께서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라고 일갈하셨던 모습처럼 말이다(요 21:21-22). 성서학자 헤르만 궁켈(H. Gunkel)이 사용한 '삶의 정황'(삶의 자리, Sitz im Leben)이라는 말이 있다. 이 용어도 성서가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