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러 주며, 친절하게 말을 주고받는 것은 기쁨이다. 하지만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은 아무리 겪어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슬픔이다. 타인이 나를 지명하고 도움을 구할 때, 응답하는 것은 나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에 반해, 타인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사라져 버리는 것은, 자신의 존재 이유가 망각되는 것이다. 벌써 오래전 일이 되었지만 군 복무를 하던 시절, 사람은 이름이 아니라 “에이스”와 “폐급”의 존재로 지명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일이병 급에서 “에이스”는 선임들의 지명을 자주 받았다. 작업을 할 때나 담소를 나눌 때도 “에이스”는 자주 지명되었다. 하지만 “폐급”은 투명인간 취급되었다. 응당 이름으로 불려야 할 존재는 부정되고, “폐급”으로 불리며 이름 안에 감춰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