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감자의 전분이 흙과 같다고 자주 생각해 왔다. 그래서 흙과 같은 감자의 본질이 살아있는 음식을 좋아했는데 이번에 먹은 감자조림은 감자의 본질이 잘 발현된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조미된 양념의 맛이 강하지 않아 땅의 흙이 내게로, 내가 땅의 흙으로 동화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2. 나는 마늘을 베어먹을 때, 그득한 알싸함이 입안에 맴도는 것이 좋다. 조그만 마늘 한 알 안에서 작은 우주가 개시된다. 원시적인 향, 그 풋풋함이 있는 마늘 장아찌, 그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3. 열무에는 청초함과 젊음이 있다. 그래서 아삭아삭 열무를 어금니로 씹을 때, 터져나오는 그 생그러움은 먹는 이의 기분을 좋게 한다. 따라서 나는 열무의 성질이 불로초의 성질과 같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