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내려오기 전, 아내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10년 넘게 줄곧 일한 아내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습니다. 여건상 아내는 가계를 지원해야 했기에 자신이 바라는 대로 자유롭게 살지 못했습니다. 그와 달리 저는 대학 동기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 때, 대학을 5년이나 더 다니면서 자유를 누렸습니다. 그래서 늘 아내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가끔씩 아내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던 이유는 그런 감정 때문이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말들이 공기 중에 흩어지는 무책임한 소리에 불과하다는 걸 모르진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말하며 안쓰러움을 누그러뜨렸습니다. 그러나 순간의 진심 어린 말들과 달리 이제 막 사회에 적응하던 저는 아내에게 가계를 책임지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