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13시 30분, “삐삐삐삡” 하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H가 제일 먼저 다가와 인사한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주먹을 마주치며 인사를 하고 J 아저씨와도 똑같이 인사를 한다. 다른 분들과도 정답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물론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나를 등한시하는 친구도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크게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그러려니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서의 하루 일과는 그렇게 시작되고는 한다. 지적 장애인들과의 삶이 단조로운 나의 하루가 되었던 까닭일까, 영화 “증인”을 꼭 보고 싶었다. “발달 장애인 소녀의 증언이 재판정에서 인정될 것인가?!” 영화의 내용을 스포일러 당하진 않았으나, 지레 짐작할 만한 스토리의 영화였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 정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