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라는 대선언은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라는 유명한 경구(?)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무’는 텅 비어 있는 공허함이며, 허무함 그 자체이다.창조 이전의 세계는 어떠한 의미도 찾을 수 없는 암흑이며 명명조차 되지 않는 없음의 세계이다. 혼돈 그 자체chaos이다. 따라서 창세기 기자도 의식과 경험 이전의 세계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오감이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초의 경계에 대한 창세기 기자의 담백한 표현은 욥기에서 변론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생각나게 한다. “네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네가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지니라(욥 38:4)” 욥이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듯, 창세기 기자도 그러했으리라 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