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과실의 밀도密度와 같이
밤의 내부는 달도록 고요하다.
잠든 내 어린것들의 숨소리는
작은 벌레와 같이
이 고요 속에 파묻히고,
별들은 나와
자연의 구조에
질서있게 못을 박는다.
한 시대 안에는 밤과 같이 해체나 분석에는
차라리 무디고 어두운 시인들이 산다.
그리하여 토의의 시간이 끝나는 곳에서
밤은 상상으로 저들의 나래를 이끌어 준다.
꽃들은 떨어져 열매 속에
그 화려한 자태를 감추듯…….
그리하여 시간으로 하여금
새벽을 향하여
이 풍성한 밤의 껍질을
서서히 탈피케 할 줄을 안다.
지난 며칠간 감기에 걸려 시름시름 앓았다. 밤이면 영겁의 시간을 보내는 듯, 영원한 시간에 갇혀 나는 괴로워했다. 퉁퉁 부은 콧구멍으로 숨결은 드나들 수 없었고, 숨 막히는 고통에 나는 편히 쉴 수 없었다. 영혼의 드나듦에도 장애가 생긴 것을 출구 없는 호흡의 통로가 보여준 것일까.
또한 나는 목구멍으로 무엇인가 집어삼키려는 본성을 거슬러 내장 안으로 쉬이 집어넣을 수 없었다. 영혼의 양식을 소화시키기는커녕 무엇인가 안으로 집어넣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영혼과 육신이 병들었다.
그러나 나는 밤의 시간을 지나 한층 건강해질 수 있었다. 내게 밤은 고통의 시간이었으나, 한편으로는 회복을 위한 필요조건이었던 것이다. 지금 보내는 이 시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는 고민과 번민의 시간일지 모르나, 이 시간을 지나면 나는 구원을 얻을 것이다.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목회자의 덕성을 헤아리는 현재의 창조성을 믿어 의심치 않으리라. 기어코 나는 출산통을 거쳐 새로운 것을 출산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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