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새벽 응급실

habiru 2024. 4. 8. 02:51

월요일 02시 11분.

째깍거리는 시계 소음을 뒤로하고 응급실 한 켠에 앉아 있다. 하루 동안 장염으로 고생한 아내는 비스듬히 누워 쪽잠을 자고 있다. 아내는 일요일 새벽부터 끙끙 앓았지만, 아세트아미노펜 진통제에 의지하여 하루를 보냈다.
응급실의 낯설고 좁은 침대에 누워 쌔근대는 모습이 짠하다. 내내 두통과 오한, 몸살에 지친 아내는 하루 만에 기력이 쇠했다. 부부는 일심동체다. 어제부터 함께 잠을 설친 나의 눈꺼풀은 무겁고 눈알은 시리다. 침대 옆, 딱딱한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있는 나도 졸리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
결혼한 지 3년 반이 지나다 보니 응급실에서 아내를 간호하는 남편 역할도 하고 보호자 노릇을 제대로 한다. 다만, 결혼 2개월 만에 수술받은 남편을 간호해야 했던 아내를 생각하면 오늘 일을 생색내기도 어려울 테다.
해열진통제 링거를 거의 다 맞았다. 이제는 열도 내리고 두통도 멎어야 할 텐데 시간이 더디 가는 듯하다. 벽시계는 언제나처럼 째깍거리는데 괜스레 시간이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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