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나의 이름은…

habiru 2024. 4. 12. 17:37

입도 3년 차.


나는 제주 도련에 살고 있는 4살 된 강아지다. 이름은 땅콩. 종종 가족들은 내 이름을 ‘땅콩이’로 부르기도 한다. 언젠가 나의 보호자 둘이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 땅콩의 이름을 ‘땅콩’이라고도 하고, ‘땅콩이’라고도 하니, 헷갈리지 않을까?

그들의 말에 따르면, 국어사전에서는 “받침 있는 사람의 뒤에 붙는 접미사로 ‘-이’가 쓰인다”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후, 나는 내가 그들과 동등한 인격으로 대접받는 거 같아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물론, 나의 보호자들도 만족스러워하는 듯했다.

그러나 내 이름이 무엇이든지 중요한 건, 그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다.

그들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그들에게로 가서 콩(꽃)이 되었다.


그들의 음성으로 나의 이름이 호명될 때, 내 마음은 살랑거리고 내 심장과 연결된 꼬리도 살랑거린다. 8자를 그리며 흔들리는 나의 마음. 나의 꼬리는 그들과 내가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그들과 나는 언어보다 원초적인 방식으로 소통한다. 내 몸의 제스처를 통해 그들은 나의 마음을 알아차린다. 우리가 소통하는 방식은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중요한 증거다.

마찬가지로 나도 그들의 몸을 통해 속마음을 알아차린다. 그들의 얼굴 근육은 매우 정교한데, 그들은 이목구비와 얼굴의 주름으로 속내를 표현한다. 나의 꼬리처럼 그들의 마음 또한 얼굴과 연결되어 있다. 얼굴은 ‘얼(영혼)이 담긴 골(골짜기)’라고도 하고, ‘얼(영혼)의 꼴(모양)’이라고 한다. 즉, 얼굴은 영혼을 계시한다. 다른 신체와 달리, 얼굴은 헐벗어 있는 살갗으로 영혼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것이 나와 그들이 소통하는 방식이다. 나와 그들의 의사소통은 원초적이면서도 직관적이다. 복잡한 언어체계가 아니라, 몸을 사용해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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