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序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48>
어제 밤엔 카페에 앉아 레몬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앞에 조그마한 개울이 흐르는 카페의 아담한 정원에 앉아 선선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노라니, 몽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백열 전구에서 나오는 빛의 산개와 더불어 듬성듬성 아파트 각 호실에서 비취던 빛이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카페 안팎에서 들리던 사람들의 대화 소리나 음악 소리는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게 귀를 간지럽혔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와 함께 평소 바라던 주일의 모습이 희미하게 스쳐지나갔다. 특별한 하루라기보다는, 주일에는 일주일의 삶을 성찰하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더랬다. 대단한 영성가의 설교를 들으며 그것을 반추하고 싶기보다는, 소소한 사건들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되뇌이는 수도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나는 그것이 일상을 거룩하게 살아가게 하는 대단한 힘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 목회자를 만나고 싶었고, 그런 목회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번 주에는 윤동주 선생님과 같은 성찰로 일주일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