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피곤함 때문인지, 아침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평소 아침에 묵상하던 성경을 읽기가 힘에 부친다. 이부자리에서 몸을 뒤척이지만, 마음과 다르게 몸은 쉬이 침대 밖을 나서지 못한다. 영혼은 제 육신이 얼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단정한 자세로 앉아 기도하라고 재촉하지만, 몸은 영혼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렇게 두 존재가 한참을 실랑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흘러 부랴부랴 세면을 하고 출근 준비를 하게다. 시간에 따라 몸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간 길을 몸이 뒤따라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출근하는 차 안에서 이러저러한 공상을 하거나 그날에 따라 어떤 노래들이나 시들을 생각하고는 한다. 아니면, 김기석 목사님의 주일 설교를 듣고는 한다. 마침 오늘 출근길엔 김기석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다. 목사님께서 설교 중, 소개하시던 문구가 있었는데, 종일 가슴을 울리는 어구였다.
우리는 질박함 속에 '아름다움'을 사랑하며, 탐닉함이 없는 '앎'을 존중한다. 우리는 '부'를 추구하지만, 이것은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함일 뿐, 어리석게도 부를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 또한, 일신의 '가난'을 인정함을 수치로 여기지 않지만, 빈곤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함은 깊이 부끄러워한다."
이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전사한 이들을 위한 페리클레스의 고별사 중 일부이다. 이 연설에는 아테네의 문화에 대한 페리클레스의 존중이 엿보인다. 그의 연설문이 경종을 울리는 까닭은 아테네 시민들과 우리의 모습이 대비되기 때문이다. 우리 중에 질박함 속에 감추인 아름다움을 발견할 눈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가, 유약하지 않은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은 또한 누구인가, 어느 누가 더불어 살기 위한 공동의 선을 위해서 이익을 추구하였던가, 기꺼이 가난을 긍정하고 정직하게 자신의 가난을 극복하려는 자는 누구인가, 문득 한없이 초라해지는 모습에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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