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자료/묵상

성경 저자들의 만성적 지병

habiru 2019. 8. 9. 08:16

시편 89편

1. (88) [마스킬. 제라 사람 에탄]

2. 저는 주님의 자애를 영원히 노래하오리다. 제 입으로 당신의 성실을 대대로 전하오리다. 

3. 정녕 제가 아룁니다. “주님께서는 자애를 영원히 세우시고 성실을 하늘에 굳건히 하셨습니다.” (...)

20. 예전에 당신께서 발현하여 말씀하시고 당신께 충실한 이들에게 선언하셨습니다. “내가 영웅에게 왕관을 씌우고 백성 가운데에서 뽑힌 이를 들어 높였노라. (...)

37. 그의 후손들은 영원히 존속하고 그의 왕좌는 태양같이 내 앞에 있으리라. 

38. 구름 사이에 자리 잡은 충실한 증인으로 영원히 지속되는 달과 같으리라.” 셀라

39. 그러나 당신께서는 버리고 물리치셨습니다. 당신의 기름받은이에게 진노하셨습니다. 

40. 당신 종과 맺으신 계약을 파기하시고 그의 왕관을 땅바닥에 내던져 더럽히셨으며

41. 그의 성벽들을 모두 헐어 버리시고 그의 성채들을 폐허로 만드셨습니다. (...)

50. 주님, 그 옛날 당신의 자애가 어디 있습니까? 당신의 성실을 걸고 다윗에서 맹세하신 그 자애가. 

51. 주님, 기억하소서, 당신 종들이 당하는 모욕을 수많은 백성을 제 품에 품어야 함을.

52. 주님, 당신 원수들이 업신여깁니다. 당신 기름부음받은이의 발자국을 업신여깁니다. 

 

  사전에서는 조울증(躁鬱症)을 정신이 상쾌하고 흥분된 상태와 우울하고 억제된 상태가 교대로 나타나거나 둘 가운데 한쪽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병으로 정의하고 있다. 웬 조울증 타령인가 하겠다. 당사자들에게는 대단한 실례이지만, 문득 성경 저자들 중 대부분은 조울병의 증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면 큰 범위에서 그들의 작품들은 문학이라는 장르에 속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들이 두드러지게 표현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만큼 풍부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성을 체험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도 찬란했던 인생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과 연속된 인생의 서사를 글 안에 오롯이 담아내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성경 저자들은 감정의 진폭을 담아내는 데에 있어서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시편 89편의 저자는 하나님의 주권을 찬양하며 흥분한다. 하나님의 창조와 능력에 대해 가슴깊이 경탄한다. 그러다가 그의 주권이 다윗 왕조(메시아)에게 이양되었음을 선언하며, 날인된 계약의 내용과 조건을 알린다. 하지만 결국 날인된 계약은 지속될 수 없었고, 계약과 달리 하나님의 주권이 다윗 왕조와 그 백성들에게 순식간에 독이 된 것을 한탄한다. 그는 호소하며 하나님께 탄원한다. 당신의 성실에 따라 그 내용을 이행해 달라고 애원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인생의 흥망성쇠에 대해 말하기도 버거워 하지만, 그는 왕국의 흥망성쇠를 노래한다. 그 감정이 가진 진폭의 높이와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다. 문득 졸업 이후의 몇 달이 생각난다. 아주 빠르게 시간을 보내 왔다. 교회에서 전도사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서 활동지원사로, 지금의 직장에서 사회복지사로. 이 진폭의 파장 주기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전엔 쉽게 하지 못했던 경험들 중에서 숙성이 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숙성의 시간을 얼마나 오랫동안 거쳐야만 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제라 사람 에탄보다 더할까. 성경의 어떤 인물도 조울 증세를 갖고 있지 않은 이는 없다. 나도 끼인 존재로서 그 골짜기를 지나가는 중이다. 주여, 언제까지입니까! 어서 일어나소서! 이 모든 고난이 소풍이었다고 시인처럼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게는 아직 그런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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