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자료/묵상

세상의 기초

habiru 2019. 7. 30. 08:11

시편 82편

1. (81) [시편. 아삽] 하느님께서 신들의 모임에서 일어서시어 그 신들 가운데에서 심판하신다. 

2. “너희는 언제까지 불의하게 심판하며 악인들의 편을 들려느냐? 셀라

3. 약한 이와 고아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 불쌍한 이와 가련한 이에게 정의를 베풀어라. 

4. 약한 이와 불쌍한 이를 도와주고 악인들의 손에서 구해 내어라.”

5. 그들은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며 어둠 속을 걷고 있으니 세상의 기초들이 모두 흔들린다. 

6. “내가 이르건대 너희는 신이며 모두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이다. 

7. 그러나 너희는 사람들처럼 죽으리라, 여느 대관들처럼 쓰러지리라.”

 

  세상을 구성하는 기초가 무엇인가란 질문에 사람들은 무어라 대답할까. 혹자들은 과학기술적인 의미에서 인류가 이루어 낸 문명이 아닌가 말할까도 싶고, 어떤 이들은 조금 더 철학적인 의미에서 문화를 말할까도 싶다. 투박하지만 전자는 하늘의 무늬를 연구하는 천문에 가까운, 후자는 사람의 무늬를 연구하는 인문에 가까운 이들로 분류될 것이다. 본디 나는 타고난 기질에 따라 후자로 대답할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의 무늬와 결을 연구하는 에토스(ethos), 윤리에서 세상의 기초를 찾을 수 있다고 응답할 요량이기 때문이다.

  시편의 저자 아삽도 윤리에서 세상의 기초를 발견하였다. 그는 약한 이와 고아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 불쌍한 이와 가련한 이에게 정의를 베푸는 사회, 약한 이와 불쌍한 이를 도와주고 악인들의 손에서 구조해 내는 사회, 그런 인의를 세상을 구성하는 토양이요, 기초로 보았다(3-4절). 인의가 무너진 사회에 대하여 그는 제 자신의 결과 무늬를 알지 못할 뿐더러 어둠에 빠져 있다, 그리고 세상의 기초들이 흔들리는 사회라고 단언하였다(5절). 아삽은 하나님께서 사랑과 정의를 발견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하여 사형이라는 심판을 선고하신다는 것을 알았다(6-7절). 

  지금은 희대의 놀림거리가 되었지만,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토대 위에 세워진 진화론이 멸시받았던 까닭은 사회진화론적 세계관의 위험성 때문이었다. 자연의 무늬라고 하여 약한 자를 도태시키고, 강한 자의 생존을 당연시하는 진화론은 세상의 기초를 위협하는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하나님께서 인간애가 사라진 시대에 대하여 사형을 선고하신다면, 우리 중 어느 누가 자랑스레 사면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약한 이와 불쌍한 이의 권리를 위해 투쟁할 수 있는 용기와 행동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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