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자료/묵상

여자여, 왜 우느냐?

habiru 2020. 4. 12. 12:26

 

나는 성경에서 부활의 첫 증인이 누구인지 접할 때마다 신비로운 감정에 휩싸이고는 한다. 부활의 첫 증인은 예수님의 수제자로 불리던 베드로도 아니요,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자” 요한도 아니요, 예수님과 함께했던 열두 제자도 아니었다.

부활의 첫 증인은 다름 아닌 여성 제자 마리아였다(요 20:11-18). 그는 수동적이거나 소극적인 이가 아니었다. 그는 어떤 남성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제자였을 뿐만 아니라, 끝까지 예수님의 곁에 남았던 제자였다. 그러나 늘 그는 뒷전에 서 있었다.

“마리아는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었다.” (요 20:11a)

차마 안에는 들어가지 못한 채, 밖에 서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아려온다. 그의 가슴 속에서는 용암같이 뜨거운 무언가가 북받쳐 올라 화산처럼 터져 나오고 있었던 것임이 틀림없다. 마리아는 다른 제자들에 비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으나, 그의 사랑은 누구보다 간절했고 진실했다.

나는 마리아가 특출나지 않지만, 연하고 순한 이들을 상징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연하고 순한 이들은 늘 다른 이들에게 치이기 마련이다. 이는 애초에 타고난 배경이나 조건 탓이기도 하고, 그들의 티 나지 않는 배려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들은 상처받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결국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여자여, 왜 우느냐? (요 20:13a)‬‬

부활절을 맞아, 겨울철의 모짊을 이겨내고 봄철의 연하고 순한 싹을 틔우려는 이들에게 위로가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