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자료/묵상

포기하는 기도

habiru 2019. 4. 24. 11:15

  오늘 아침 기도시간에는 조금이나마 하늘 아버지께 내어 맡겨보려고 노력했다. 이만저만 어려운 씨름이 아니다. 여전히 내키는 대로 움직이고, 계획들을 좇아가며, 장래를 설계하고, 직접 결정을 내리려는 욕구가 가득한 탓이다. 

  그러나 아프게 하시든 건강하게 하시든, 실패하게 만드시든 성공을 주시든, 가난에 처하게 하시든 부요하게 이끄시든, 외면당하게 두시든 칭찬받게 하시든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식대로 날 사랑해주시도록 맡기는 데서 참다운 기쁨이 비롯된다는 걸 잘 안다. 나로서는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주님의 뜻이 이루소서”라고 고백하기가 몹시 힘들다. 그러나 하늘 아버지가 순전한 사랑 그 자체이심을 참맘으로 믿는다면, 중심으로부터 이런 기도를 드리는 게 차츰 가능해지리라고 믿는다. 

  샤를 드 푸코는 주께 맡기는 기도를 적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르고 싶은 영적인 자세를 멋지게 표한한 글이다. 아직 진심에서 우러나지 않은 대목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더러 그 기도문을 가지고 간구한다. 여기에 옮겨본다. 

 

아버지, 거룩한 손에 저를 맡깁니다. 주님 뜻대로 써주십시오. 어찌 하시든 감사할 따름입니다.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받아들이겠습니다. 
오로지 주님의 뜻만 내 안에서, 그리고 모든 피조물 안에서 이뤄질 것입니다. 
오 주님! 바라는 건 이뿐입니다. 제 심령을 거룩한 손에 맡깁니다. 
주님, 당신을 사랑하기에 마음에 품은 온 사랑을 담아 바칩니다. 
하나님은 저의 아버지시기에 뒤돌아보지 않고 한점 망설임 없이 저를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의 손에 다 넘겨 드립니다. 

 

  자주 이대로 간구하는 게 좋을 성싶다. 마땅히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성자의 기도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그 한마디를 진심으로 고백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세상에 임하신 예수님의 영은 그렇게 기도하며 또한 이뤄지게 도우실 수 있다. 얼마나 기꺼운 마음으로 이 기도를 내 것으로 삼을 수 있느냐에 내면의 평안이 달려있다.

- 헨리 나우웬, <데이 브레이크로 가는 길>,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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