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기독교윤리학을 1학기 공부한 이후, 지금 나의 관심은 '삶의 자리(Sitz im Leben)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형체도 없이 먼지처럼 보이긴 하나 잡을 수 없는 형이상적인 언어가 아니라 흙 먼지 가라앉은 땅바닥에서 학문하는 것이, 기독교윤리의 제 자리일 것이란 생각이 문득 스쳐간다. 그렇다. 처음 내가 기독교윤리를 하기로 결심한 까닭도 결코 윤리적이어서가 아니었다. 어디인지 분간할 수조차 없는 어두움의 심연에서 없는 양심에 조금이라도 가책을 덜 느끼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였다. 겉 보기와는 다르게 내 인생은 보잘 것 없는 고철과 같다. 코팅한 것처럼 윤기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녹이 슬어 내구성 떨어진 값어치 없는 고철일 뿐이다. 사람은 속여도 하나님과 나 자신은 속이지 못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