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대학입학을 위해 상경을 했다. 낯선 장소, 낯선 사투리의 사람들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당시 삭막한 도심 속 높게 솟은 건물들 가운데 유일한 즐거움은 한강을 보는 것이었다. 고향 앞바다가 그리울 때 이따금씩 한강을 둘러봤지만 바다 내음새 하나만은 한강이 대신할 수 없었다. 세련된 서울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른 깍쟁이들처럼 느껴졌지만 한편 세련되고 단정하게 보였다. 금세 무의식적으로 신사숙녀다운 말투를 동경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단박에 호남사람임을 감출 수 있도록 표준어를 구사했던 것 같다. 고향을 부끄러워한 적은 없었지만 구수한 남도 사투리는 입 밖에 내지 않았던 것 같다. 다행히 그렇게 나는 서울 사람들과 빠르게 동화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