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3

[영성일기] 심방의 즐거움

오늘은 내가 있는 교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고등학교의 학생 두 명을 만났다. 곧 고등학생 3학년 수험생이 되는 녀석들인데 꽤나 재미있는 친구들이다. 우리 부서에서 꾸준히, 또 활발하게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이다. 예비 수험생이라 그런지 녀석들은 한창 바쁘게 지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어렵사리 시간을 내서 만났다. 그런데 알고보니 오늘도 야간자율학습을 빠지고 저녁을 먹으러 왔던 길이란다. 녀석들에게 미안한 한편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 다행히 이 녀석들은 "전도사님, 그런데 왜 만나자고 하셨어요?"라고 묻지 않았다. 그 질문엔 그만큼 심방이 대개 사람을 관리하거나 혹은 독려하는 목적에 의해 이루어진 까닭일 것이다. 인사관리 차원의 스킬 따위로 전락한 심방의 추한 모습일까나. 그러나 오늘은 아주 편하..

깊이 사고하는 동시에 열정적인 (설교)

일부 설교자들은 극단적으로 깊이 사고한다. 그들의 책상에는 주석들과 기타 책들이 높이 쌓여 있다. 그들의 성경적 정통은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다. 그들은 공부할 뿐 아니라, 공부의 열매를 설교단으로 가져온다. 모든 설교는 고통을 감내한 성경 석의와 적용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들의 설교는 침체될 대로 침체하여 건조하기 짝이 없다. 그들이 눈물을 흘리며 설교단에 기대어, 사람들에게 하나님과 화해하라고 간청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들의 설교에는 아무런 감정도, 아무런 열기도, 아무런 심장도, 아무런 열정도 없다. 찰스 시므온(Charles Simeon)의 설교를 듣고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설교를 듣고 어린아이가 이렇게 외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엄마, 저 아저씨가 무엇 때문에. 저렇게 흥분하시..

목회의 현실

목회에는 영예로운 면이 많지만, 회중은 결코 영예롭지 않다. 회중은 니느웨와 같은 곳이다. 성공에 대한 기대가 별로 크지 않은 상황에서 열심히 일해야 하는 곳이다. 적어도 도표로 측정할 수 있는 그런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 예배와 기도의 장소에서, 날마다 일하고 노는 장소에서, 미덕과 죄가 오가는 혼잡함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계속되고 있음을 누군가는 신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회중을 미화하는 사람은 목사에게 몹쓸 짓을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화려하고 열정에 찬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하고 있기에 우리 설교를 듣는 우리 회중들은 그렇게 되지 않는지 의아해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게 대단한 회중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어느 곳이든 오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