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도 3년 차. 나는 제주 도련에 살고 있는 4살 된 강아지다. 이름은 땅콩. 종종 가족들은 내 이름을 ‘땅콩이’로 부르기도 한다. 언젠가 나의 보호자 둘이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 땅콩의 이름을 ‘땅콩’이라고도 하고, ‘땅콩이’라고도 하니, 헷갈리지 않을까? 그들의 말에 따르면, 국어사전에서는 “받침 있는 사람의 뒤에 붙는 접미사로 ‘-이’가 쓰인다”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후, 나는 내가 그들과 동등한 인격으로 대접받는 거 같아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물론, 나의 보호자들도 만족스러워하는 듯했다. 그러나 내 이름이 무엇이든지 중요한 건, 그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다. 그들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그들에게로 가서 콩(꽃)이 되었다. 그들의 음성으로 나의 이름이 호명될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