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 4

저공비행 중

선생님께서는 독서하는 이들에게 '저공비행'이 중요하다고 종종 말씀하셨는데, 이는 텍스트의 의도와 흐름, 논지를 넘어서는 독서를 하지 말라는 당부였다. 텍스트라는 지면에 밀착해 비행해야 텍스트의 지형과 지리를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텍스트 저 위에서 '고공비행'을 하다 보면, 텍스트라는 현실과 괴리된 공상을 하게 된다. 선생님께서는 텍스트에 불성실한 ‘고공비행’ 독서를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시고는 하셨다. 베드로의 궤도를 이탈한 질문에 예수님께서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라고 일갈하셨던 모습처럼 말이다(요 21:21-22). 성서학자 헤르만 궁켈(H. Gunkel)이 사용한 '삶의 정황'(삶의 자리, Sitz im Leben)이라는 말이 있다. 이 용어도 성서가 기..

목사 안수 2023.07.06

그들의 눈이 열려서

[누가복음 24:30-32, 새번역] 30.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시려고 앉으셨을 때에, 예수께서 빵을 들어서 축복하시고, 떼어서 그들에게 주셨다. 31. 그제서야 그들의 눈이 열려서, 예수를 알아보았다. 그러나 한순간에 예수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32.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성경을 풀이하여 주실 때에, 우리의 마음이 [우리 속에서] 뜨거워지지 않았습니까?" 1. 들어가는 말 지난 한 주간 평안하셨습니까? 일요일 아침, 고단하지 않으신가요? 지난 한 주간 생업과 집안일, 공부, 여러가지 일을 하다 보면 일요일 아침엔 늦잠도 주무시고 싶으실 텐데 괜찮으신가요? 아침 일찍 일어나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 힘드실 텐데 고생하셨습니다. 오늘은 일요일, 주일에 ..

교회예전과 기독교윤리학 방법론(2)

매킨타이어에 있어서 사회적 실제는 “사회적으로 정당화된 협동적 인간 활동의 정합적, 복합적 형식”이다. 그것은 협동적 인간 활동이 사회적으로 축적된 것이다. 이 사회적 실제에는 선(gods)이 내재해 있다. 우리는 이 사회적 실제에 입문 또는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실제에 내재해 있는 선을 성취할 수 있다. 여기서 사회적 실제에 참여한다는 것은 일회 완료적 의미라기보다는 진행적 의미를 갖는다. 즉 그 사회적 실제에 참여하여 그것에 맞춰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여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회적 실제는 그 사회의 풍토에 뿌리박아 그것에서 하나의 실체로 형성될 뿐 아니라,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실제는 역으로 그 사회의 풍토와 그 구성원의 성품을 형성시켜 나가는 역할을 한다. 교회예전에 대해 우리는 매킨타이어의 ..

교회예전과 기독교윤리학 방법론(1)

침례와 주의 만찬은 주님게서 제정하신 것이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는 이 두 예전을 지난 이천 년 동안 계속 시행해왓다. 이것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교회 공동체는 그 예전에 적합한 윤리적 가치를 내면화해 왔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이 두 예전을 제정하실 때 명시적으로 표명한 윤리적 가치는 없다. 말하자면, 교회 공동체는 명시적으로 주어진 윤리적 가치 개념이 없는 상황에서도 교회예전을 시행하면서 윤리적 가치를 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 예수님께서 침례를 가르치면서 근대의 인권 개념과 연관되는 평등적 가치를 가르치지 않으셨지만, 침례를 행한 자들의 모임 안에서는 평등이 실현되고 있었다. 또한 예수님은 침례나 주의 만찬을 제정하시면서 현대 이후에 강조되고 있는 공동체성의 윤리적 가치에 대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