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시라 함은, “가르쳐 보이거나 타이름”이라 한다(네이버 국어사전). 그래서 훈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더러 베푸는 당부와 교훈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어렸을 적에는, 교장 선생님께서 구령대 위에 서서 전교생들을 대상으로 훈시를 하시고는 했다. 대개는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내 기억엔 따분한 마음을 못 이기고 양발을 번갈아 가며 질질 끌어 모래바람을 일으키고는 했다. 미세먼지의 주범이 되었으리라.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산만함이 이어졌는데, 연병장에 오와 열을 맞추어 서서는 지휘관의 훈시를 듣고는 했을 때다. 그때는 고개를 숙이기도 어렵고, 양발을 질질 끌 수도 없어서, 조금은 더 흐리멍텅한 정신으로 멍을 때리며 훈시를 듣고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는 훈시가 없는 것은, 가슴을 울리거나 뜨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