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2

윤동주/십자가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고난 주간, 윤동주의 를 묵상해 봄이 좋겠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범접할 수 없는 숭고함”이다. 이 숭고함을 누구나 기분 좋게 좇아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imitatio Christi)이란, 불완전한 인간에게 불가능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어느새 십자가를 올려다 보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라고 나지막히 말하는 것만이 솔직한 나의 기도가 된다. 희망의 종..

십자가 기사의 에토스

십자가 기사는 비폭력 저항이라는 창조적 실천 방식의 중요성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준다. 예수의 십자가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방법과 과정이 비폭력적 저항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십자가와 관련하여 위에서 언급한 것의 구체적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당대 사회 질서에 대한 선택적 부정은 '저항'으로, 선택적 긍정은 '비폭력'으로 나타난다. 예수는 당대 사회의 악에 대해 저항의 입장을 분명히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악을 러딘하기 위해서 폭력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폭력적 저항을 포기하고 폭력을 당하는-죽기까지 순종하는-저항의 저세를 취하셨다. 당시 대중들이 갈망하던 메시아적 폭력 즉 "구원하는 폭력"을 예수께서 끝까지 사용하지 않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