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고난 주간, 윤동주의 를 묵상해 봄이 좋겠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범접할 수 없는 숭고함”이다. 이 숭고함을 누구나 기분 좋게 좇아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imitatio Christi)이란, 불완전한 인간에게 불가능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어느새 십자가를 올려다 보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라고 나지막히 말하는 것만이 솔직한 나의 기도가 된다. 희망의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