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범한 기독교 배경의 가정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현실의 문제에 있어서 늘 피안의 세계로 도피하고픈 욕망 속에 있었다. 정의, 사랑과 같은 종교적 언어로 치환되는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했다. 특별히 "선과 악"에 관한 담론에서는 자연스럽게 알레고리하게 이해하는 경향이 짙었다. 어릴 때, 절대 선(善)과 절대 악(惡)은 형이상의 세계에서 늘 충돌하고 있었다. 절대 선인 하나님과 절대 악인 사탄의 싸움 구도는 종교 담론만 아닌,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근본적인 이원론적 세계관으로 적절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좋지 않은 일들을 마주할 때는 악으로 재단하고 그것을 뭉개려고 했다. 반대로 좋은 일들을 대면할 때는 선으로 단정 짓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러나 철학을 공부하며 사변적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