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안수

맛있는교회: 로고 설명

habiru 2023. 12. 16. 23:32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내년에 시작할 가정교회의 이름을 결정했고, 그에 맞춰 교회 로고를 만들었습니다. 교회 이름 후보에는 몇 개의 안들이 있었습니다. '(놀고)먹고마시는교회', '오이코스교회' 등등, 결국 최종안은 '맛있는교회'로 하기로 짝꿍과 합의했습니다. (제 생각에) 로고는 직관성과 단순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간질간질하게 맘 속에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로고를 만들기가 어려웠습니다. 짧게나마 우리 가정이 구축하고,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교회의 에토스를 나눕니다.


1. '밥'과 '집'의 상징 이미지: 진솔한 가족(식구)

생존에 있어서 밥을 먹는 것보다 원초적인 건 없습니다. 아무리 고상한 사람이라도 밥 없이 살 수 없습니다. 밥을 먹으며 우리는 진솔한 모습에 다가섭니다. 한 식탁 앞에서 우리 모두는 평등한 존재, 똑같은 일원임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말 그대로 '새로운 가족(식구)'입니다. 혈연에 의한 자연발생적 가족이 아니라 새 언약에 기반한 가족이자 식구(食口)입니다. 말 그대로 먹는(食) 입(口),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기독교 교리에서도 성찬에 참여하여 밥을 함께 먹는다는 건, 하나님을 한분 아버지로 삼는 가족됨(침례; 세례)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 교회는 음식을 함께 먹는 행위를 통해 가족됨, 식구됨을 증명합니다. 함께 밥을 나눠 먹는 공동의 식사는 우리 교회의 표지(sign, 간판)입니다. 단, 우리의 식탁 교제는 먹고 마시는 데에서 얻는 원초적 즐거움을 추구합니다. 

(추신) 그리스어로 가족(oikos)과 규범(nomos)의 합성어를 가계(oikonomos)라고 하는데, 이 단어에서 경제(economy)가 유래했다고 합니다. 먼일이지만, 향후 교회에서 협동조합 기업체를 운영하여 교인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습니다. 교회 가족(oikos)의 존재 방식이 세상(oikoumene)을 살리는 모습을 꿈꿔 봅니다.  

 

2. '밥'과 '동물'의 상징 이미지: 열린 포용성

기독교는 음식의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디 기독교는 유대교와 음식법을 해석하는 데에서 견해차를 보이면서 시작되었습니다(행 10장). 기독교는 유대인'이라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음식법(kosher)을 폐지시키면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교회도 열린 포용성을 지향합니다. 교인이 되기 위해 따라야 할 조건은 없습니다. 그저 일주일에 한번 정도 함께 식사하며 삶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여기엔 반드시 인간만이 참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인간 동물도 환영합니다. 

(추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짠맛을 되찾게 하겠느냐?"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 5장). 짠맛의 본질을 잃은 소금이 쓸모 없다는 것처럼 제자들도 제자의 본질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산상수훈의 제자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맛있는' 교회를 지향합니다. 

 

3. '녹색'의 상징 이미지: 생명과 평화

초록의 작은 새싹에서 우리는 청년(靑年)의 생명력과 신선함을 떠올립니다. 또한 녹색으로부터 착취와 고갈의 '죽임'이 아니라 생명과 공존의 '살림'을 엿보기도 합니다. 때때로 녹색은 정의와 평화, 생태성과 항구성의 다양한 이미지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우리 교회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녹색가치를 현실화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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