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에게. 마스킬. 다윗. 에돔 사람 도엑이 사울에게 와서 “다윗이 아히멜렉의 집에 들어갔습니다.” 하고 알렸을 때], (시편 52편)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운반하던 절대반지는 악의 군주 사우론의 화신과도 같은 것이었다. 절대반지는 ‘권력을 향한 의지’이자 하늘 끝까지 솟아오른 권력욕의 교만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 절대반지를 파괴하지 않으면 많은 인종들이 살고 있는 중간계 대륙이 위기에 휩싸일 것이다. 위기 앞에 약해져 있던 호빗과 인간, 엘프, 드워프들의 동맹은 빛을 발한다. 그리하여 9명의 대원들이 모여 이름하여 반지원정대를 결성하여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원정대가 가야 하는 길목에는 오크와 우룩하이, 도적들이 출몰하여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중간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원정대는 전진해야만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조력자로 믿었던 마법사들의 우두머리이자 지혜자로 알려졌던 사루만은 사우론과 협력하여 악을 도모하고자 한다. 이를 알아채지 못했던 간달프는 사루만의 모략에 넘어가 탑에 갇히게 된다. 사루만은 타락하였고, 사우론의 강력한 동맹군이 되었다.
영화의 이야기는 사울로부터 쫓기며 위기에 처했던 다윗이 배신당했던 이야기와 비슷하다. 사울의 살기는 분기탱천하였으며, 다윗은 이를 당해낼 심적 여유가 없었다. 수 회에 걸친 야반도주는 다윗의 아름다운 외모를 볼 품 없게 만들었으며, 그의 육체적 강인함도 그를 언제까지나 지탱해 줄 수만은 없었다. 그의 성품도 위기 앞에 힘을 잃기 일수였고, 아히멜렉의 간사함 앞에 다윗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52편의 기도는 분노하는 기도의 전형이다. 이 기도는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적에 대한 분노와 저주에 가깝다.
장애인들을 만나 보면, 그들의 감정은 솔직하다. 대개 그들은 가면이나 허례의식으로 무장하지 않았다. 선천적으로 그들은 정직하여 거짓말과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그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비장애인들에 비해 정직함에 더욱 가깝다는 것이다. 부정의 감정을 긍정할 줄 알며, 긍정의 감정도 여과 없이 표현할 줄 아는 정직함을 그들은 가졌다. 대다수의 종교적 수사는 긍정과 부정, 기쁨과 슬픔, 포용과 배제를 감추는 데에 특화된 언어다. 골방의 언어가 아니라 시장의 언어인 것이다. 그만큼 솔직하지 않고 포장된 언어다.
하지만 다윗이 한 기도의 언어는 분노와 기쁨, 즐거움과 슬픔을 담백하게 담아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정도로 정직해 본 적이 없다. 감추기에 급급하고, 포장하는 것이 편하다. 이는 사람 앞에서만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도 동일하다. 저주와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욕을 하는 것이 불경스러워 보이고 상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다윗은 저주하는 데에 능숙하고, 상스러워 보이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현저하게 정직함에서 다윗과 나는 차이가 있다. 정직하고 싶다. 하나님 앞에서나, 사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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