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자료/묵상

속죄의 함량

habiru 2019. 8. 29. 08:56

시편 102편

1. (101) [낙담하여 주님 앞에 근심을 쏟아 붓는 가련한 이의 기도]

2. 주님, 제 기도를 들으소서. 제 부르짖음이 당신께 다다르게 하소서. 

3. 제 곤경의 날에 당신 얼굴을 제게서 감추지 마소서. 제게 당신의 귀를 기울이소서. 제가 부르짖는 날 어서 대답하소서. 

4. 저의 세월 연기 속에 스러져 가고 저의 뼈들은 불덩이처럼 달아올랐습니다. 

5. 음식을 먹는 것도 저는 잊어 제 마음 풀처럼 베어져 메말라 가고 

6. 탄식 소리로 제 뼈가 살가죽에 붙었습니다. 

7. 저는 광야의 까마귀와 같아지고 폐허의 부엉이처럼 되었습니다. 

8. 저는 잠 못 이루어 지붕 위의 외로운 새처럼 되었습니다. 

 

  하나님께 속죄하는 이의 심정은 처참하다. 모든 문제가 자신의 잘못으로 느껴진다. 광명한 해처럼 누리를 비추던 님의 얼굴은 구름 속으로 감추이고 더 이상은 님의 자비를 기대할 수 없다. 행복했던 추억마저 사라지고, 새빨갛게 달아오른 쇠처럼 죄인의 몸은 열을 내기 시작한다. 이 열은 결국 자신을 살라 버리기에 기진이 쇠하며 점점 메말라 갈 것이 뻔하다. 죄인은 안식할 수 없는 곳을 찾을 수 없는 새처럼 울어재낄 뿐이다.

  참회하는 수도자의 영혼은 제 자신이 짊어진 죄의 무게를 헤아릴 줄 안다. 시인은 자신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양심은 제 짐을 내던져버릴 만큼 굳어 있지 않은 것이다. 자신을 죄인으로 부르는 사람은 양심이 살아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시인의 몸이 메말라 가는 것과 달리, 시인의 양심은 살이 오른다. 그는 제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데, “우리”의 잘못을 시인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실존이 유일하고 고독한 의미의 단독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속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 모든 것에 자신이 기대고 있다는 것을 진정 깨닫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의 참회는 제 영혼을 너머, 사람들과 나라로 나아간다. 그의 양심은 대지와 그 위의 양심들을 안을 만큼 커다랐던 것이다.

  나에게는 그만한 양심이나 죄론이 결핍되어 있다. 기껏해야 낙담하여 한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자비를 바랄 뿐이다. 신비가들은 제 영혼의 죄를 참회한 후에, 사람들이 속한 사회로 나아갔다고 한다. 내게도 그런 함량에 도달할 날이 올 것인가. 주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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