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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편 90:1-17
도종환 시인의 시 하나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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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라도 자신만의 힘겨운 시절을 보내지 않은 이는 없다. 남들은 별 것 아닌 것처럼 웃어넘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스런 영겁의 시간을 보내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남의 염병도 제 고뿔만 못 하다고 고통은 계량화, 수량화 될 수만은 없는 것 아니겠는가.
오늘 시편을 보며 한 가지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고통을 배가시키는 어떤 것' 말이다.
고향이 남도인지라 강원도에서 맞았던 첫 겨울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강원도에서의 첫 겨울은 강원도 인제에서 보냈고, 그리고 두 번째는 화천에서 보냈다. 혹한의 겨울을 보내며 시베리아의 겨울이 이러지 않겠느냐며 능청스럽게 농담을 하곤 했지만 두꺼운 옷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에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했다. 새벽 2시는 얼음 지옥이 따로 없었다. 신발을 뚫고 지표면에서 올라오는 한기에 발가락은 얼어버린 지 오래였고, 손가락은 살을 에는 추위에 마비가 되어버렸다. 유일한 즐거움은 차가운 밤 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낭만적일 수만은 없었고 대개는 추위 속에 벌벌 떨며 2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래서 난 자주자주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지곤 했는데 참 고통스러웠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왜 내가 여기 서 있는지 도무지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막중한 임무를 맡아 내 부모와 형제를 지킨다는 사명감을 고취시키곤 했지만 약효가 지속되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모로 우리를 괴롭혔던 것은 뜻 모를 시간의 지속과 군 생활의 의미였던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의미화 되지 않는 시간이란 것을 말이다.
앞서 모세 선생님(시편 90편 저자)과 도종환 시인은 끊임 없는 전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시간과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끈질긴 싸움.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기"
규정되지 않는 슬픔에 슬픔이라는 이름을, 규정되지 않는 고통에 고통이라는 이름을 지어 불러보자.
고통 가운데 있을 때, 하나님의 이름을 불러보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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