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싫은 책과 문장

요더와 레비나스

habiru 2016. 12. 30. 23:43

어제 늦은 저녁에, 날 것 그대로의 졸업논문을 교수님께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논문은 기독교 윤리학에 관한 것이며 신학자와 철학자의 윤리를 비교연구한 것입니다.

오늘은 다른 공부를 하면서 잠깐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늦게 영감이 떠올라 후회하는 것은 설교만 아니라 공부에서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가공되어야 하는 생각이지만,

1. 지금 우리의 터전은 그다지 평화롭지 않은 세계인 것 같습니다. 국가의 폭력, 레지스탕스의 게릴라식 테러, 전쟁과 내전, 불의한 경제와 신뢰할 수 없는 정치 지도력, 재생되지 않는 자연의 문제 앞에 우리는 노출되어 있습니다.

2. 표현되거나 이루 말할 수 없으나 일련의 고통에 저는 상당히 괴로웠던 듯 합니다. 사랑 없는, 평화롭지 않은 세상살이의 무게가 컸던 것 같습니다. 이 고민으로 저는 전체주의의 폭력을 고발하는 철학을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3. 뒤이어 기독인으로서 저는 무엇을, 어떻게를 질문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랑과 평화 윤리를 중심으로 성서를 해석해내는 신학자를 연구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기독인으로서의 고민과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두 명의 신학자와 철학자의 사랑(아가페; 에로스 없는 사랑)과 평화(비폭력과 무저항)의 동어 사용은, 합리적 문제제기와 신앙적 대안제시의 오케스트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저의 학문 방법론은,
철학을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신학을 통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보수주의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조만간 전도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 생각도 들지만 지금의 저는 이런 사람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