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싫은 책과 문장

자본주의 문화와 노동자

habiru 2017. 3. 13. 22:13

자본주의의 주요 특징은 돈이 더 많은 돈을 버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돈은 시장에 팔 수 있는 상품에 투자되거나 그런 상품을 만드는 공장에 투자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돈 자체가 돈을 번다거나 돈이 자기 생명력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달러화 하락을 '축 늘어진 달러', 현금의 유출입을 '현금 흐름', 돈을 투자하는 것을 '돈에게 일을 시키다'라고 표현한다. 신문이나 방송 뉴스에서는 '기업 실적이 급격하게 성장했다'거나 '이자율이 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우리는 공장을 '돈이 자라는grow 식물plant'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달리 말하면, 이와 같은 말에는 자본이 본디 스스로 확장하는 특징을 가졌다는 생각이 담겨 있음을 의미한다. 자본이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살아 있는 생물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이런 태도는 마르크스가 상품의 물신화라고 불렀던 것이다. 물신화는 생명이 없는 대상인 인형이나 나무토막, 장소 혹은 자본주의에서는 돈이나 다른 상품에 생명과 자치, 권력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상품의 물신화는 거기다 또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돈에다 생명을 불어넣어줌으로써 돈이 마치 스스로를 돈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환상을 불러일으켜 실제로 돈이 불어나는 방식, 즉 노동과 토지, 인간에 대한 착취를 숨긴다. (...)

그러나 돈은 스스로 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러려면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 (...) 이윤은 오직 (...) (노동자의) 영혼을 팔아야만 생길 수 있다. 


- 리처드 로빈스, <세계문제와 자본주의 문화>, 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