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파전(파트 전도사)의 푸념

habiru 2016. 8. 10. 21:54

지난 주일 중고등부 설교 중, 고대 근동의 창조 설화인 <에누마 엘리쉬>를 이야기했다.

"<에누마 엘리쉬>에서 자연이란 여신 티아모트의 시체로 창조되었다. 그리고 이야기에서 인간은 또 다른 신인 킹쿠의 피와 진흙으로 만들어졌고, 인간들에겐 신들의 노역이 부과된다. 신들은 인간을 관리하고 노예로 부린다. 결국, 바빌로니아 신화에서 인간이란 죽도록 노역하는 노예의 정체성을 가질 뿐이다. 바빌로니아인들은 히브리인들을 포로로 잡아 노예로 부리며 그들에게 노예 정신을 주입하였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에누마 엘리쉬> 같은 통치 이데올로기로 히브리인들에게 절망스런 정체성을 심어주었다."

"그럼에도 히브리인들은 창세기 1장의 내용을 읊조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셨다. 오직 하나님만이 시간과 역사의 주인이시다!'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대입 걱정에 좌절할지 모르는 친구들(중고등학생)이 있을지 모른다. 나 역시 스트레스 속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나는 시간과 역사의 주인이신 창조주에 대한 신앙고백이 여러분에게 의미있기를 바란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존엄한 존재들이다. 주체적인 존엄성을 갖고 자부심을 갖자. 행복하자."

대략 이런 식으로 설교를 마치고 기도를 했다. 더욱 효과적으로 주제를 전달하지 못한 점과 찬양을 할 때 흥분한 탓에 박자를 놓친 것을 후회하며 퇴장했다.

이렇게 장황하게 얘기한 이유는..
설교자들은 종종 한 마디 설교를 할 때마다 자연스레 가슴이 움츠려든다. 그리고 그 까닭은 소위 가장 헌신적이고 열성적으로 봉사하는 교사들의 반발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같은 파트타임 설교자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뭐 힘냅시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신자를 위한 영적체험 가이드  (0) 2016.09.09
대전ㅂ뷔페 후기  (0) 2016.08.31
눈물은 왜 짠가  (0) 2016.07.30
연세중앙교회, 요한성전  (1) 2016.07.28
성서신학에서 체계신학으로  (0) 201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