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기 4

제주 이주기(2)

1. 제주 이주 후, 지난 4월 11일부터 새 직장에 출근하고 있다. 집에서 직장까지 출근 시간은 40분 정도가 걸린다. 다행히 퇴근은 10분 정도 덜 걸리는 듯하다(짧지 않은 출퇴근길, 묵상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2. 회사에서 누군가가 내게 제주로 오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구구절절 얘기하기가 어려워 한 가지 이유를 들어 말했다. “하늘이 보여서 좋았어요.” 제주에 올 때마다 하늘을 자주 바라보곤 했다. 이곳엔 고층 건물이 없는 것도 이유겠으나, 한라산을 정점으로 하여 완만하게 떨어지는 지형이 미친 영향이 클 것이다. 또한 바다가 하늘을 반사해 하늘을 연장시키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 테다. 3. 특별히 고개를 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서도 하늘을 우러러볼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늘..

일상 2022.04.17

제주 이주기(1)

1. 2022년 4월 10일, 이름 아침부터 분주하다. 오전 8시 30분에 여수항에서 출발하는 배에 오르기 위해 몸을 바지런히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수항에서 제주로 떠난 배는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제주항에 도착했다. 2. 검푸른 바다 위에 저 멀리 떠 있는 제주도가 보이고 나서야 조금씩 몽롱한 꿈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는 듯했다.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제주 이주와 정착이 현실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자차로 항구에서 나오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기만 할 뿐이다. 하하하, 허허허, 호호호, 렌터카가 아니다. 3. 새 집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소를 시작했다. 이제 제주는 관광지가 아니라 일상을 연장하는 곳이다. 오래전 정착한 곽 형의 도움을 받아 바닥 청소를 하고, 이삿짐을 옮기고 나니 고단하다. 집 ..

일상 2022.04.11

"제주 살기" 구직기(2)

1. 유난히도 화창한 화요일 아침이었다. 면접장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오전 9시가 갓 지나고 있었다. 면접 시각이 10시니까 꽤나 이른 시각에 도착했던 것이다. 오늘따라 높이 보이는 하늘과 선선한 공기, 그날은 10월의 어느 날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날씨였다. 다만, 수줍게 피어난 벚꽃이 3월이라는 걸 잊지 않고 알려주고 있었다. 2. 마음을 다잡기 위해 차에 앉아 장일순 선생님의 책을 들었다. 그의 강의를 녹취한 책이었는데, 장일순 선생님의 순수함이 돋보이는 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는 노자와 맹자를 말하면서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동양과 서양, 자연과 인간이 더부살이할 것을 강론하는 그의 가르침은 유쾌하면서도 차분하고, 또한 진지했다. 한 챕터를 읽고 나니 어느새 9시 40분을..

일상 2022.03.30

“제주 살기” 구직기

제주에 정착하기 위해 직장을 알아보는 중이다. 현재 회사에 퇴직 의사를 밝힌 후, 4개 기관에 이력서를 넣었다. 다행히 한 회사로부터 지난 금요일에 면접을 볼 수 있는지 연락을 받아 다음 월요일 저녁 비행기로 제주로 오게 되었다. 면접 결과에 따라 맡길 일이기에 앞으로 제주에서 어떻게 생계를 꾸려 나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발자국 제주에서의 첫 발걸음이 시작되고 있으며, 그 와중에 조금의 용기를 얻는다. 많이들 제주에 일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제주시 내국인 인구만 해도 50만이니 그렇게 비관적이진 않을 수 있겠다, 생각을 한다(물론 생활권과 직업 다양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제주에서도 땀 흘려 수고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을 그려 보노라면, 그저 나도 평범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겠..

일상 2022.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