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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예전과 기독교윤리학 방법론(1)

habiru 2018. 1. 16. 18:45

  침례와 주의 만찬은 주님게서 제정하신 것이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는 이 두 예전을 지난 이천 년 동안 계속 시행해왓다. 이것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교회 공동체는 그 예전에 적합한 윤리적 가치를 내면화해 왔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이 두 예전을 제정하실 때 명시적으로 표명한 윤리적 가치는 없다. 말하자면, 교회 공동체는 명시적으로 주어진 윤리적 가치 개념이 없는 상황에서도 교회예전을 시행하면서 윤리적 가치를 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 예수님께서 침례를 가르치면서  근대의 인권 개념과 연관되는 평등적 가치를 가르치지 않으셨지만, 침례를 행한 자들의 모임 안에서는 평등이 실현되고  있었다. 또한 예수님은 침례나 주의 만찬을 제정하시면서 현대 이후에 강조되고 있는 공동체성의 윤리적 가치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으셨지만, 교회는 그 두 예전을 행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공동체성을 실현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윤리학의 방법론적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기독교윤리학에서 윤리적 가치란 예수에 뿌리내린 믿음공동체 안에서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믿음공동체 밖에서 보편적 가치를 찾거나 만든 후 그 가치와 일치하는 성경적 가치를 찾는 것이 기독교윤리학의 과제가 될 수는 없다. 본회퍼(Dietrich Bonhoeffer)가 “기독교윤리는 이미 선악에 대한 지식의 가능성에서 근원으로부터 타락을 인식한다”라고 주장하면서, 기독교윤리학의 과제 중 첫 번째가 선악에 대한 지식을 지양(揚)하는 것이라고 선언한 것도 기독교윤리학의 이러한 특성과 관계된다. 본회퍼에게 있어서 기독교 윤리적 가치의 기초는 철학적 가치론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침례교신학연구소 편, 김병권, <침례교회예전: 침례와 주의 만찬>,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