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싫은 책과 문장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habiru 2018. 1. 9. 16:01

  먼저 예언자의 역할에 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예언자들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물론 그들은 그저 미래를 예지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합니다. 훨씬 더 중요한 것으로, 예언자들은 이스라엘 백성을 그들 본래의 고유한 진리와 정체성 가운데로 되돌리고자 힘쓰며 말합니다. 그들은 공동체를 온전하게 하기 위해, 그리고 공동체가 마땅히 따라야 할 그분께 충성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일하며 외칩니다. 이사야와 예레미야, 아모스, 호세아는 계속해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렇게 선포합니다. “너희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느냐? 하나님께서 너희를 무엇이 되라고 부르셨는지 모르느냐? 너희는 여기 온갖 불평등ㄴ과 불의와 타락으로 가득한 네 사회 속에 평안히 앉아 있구나. 너희가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지 정말 잊었느냐?”

  그러므로 예언자는 공동체가 부름받은 본래의 모습이 되도록 늘 도전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 공동체에게 주신 선물을 잘 가꾸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례받은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의 예언자적 직무를 본받아 비판적이어야 하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세례받은 사람은 교회를 돌아보면서 주저하지 않고 “여러분은 무엇 때문에 여기에 있는지 잊었습니까?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주신 선물을 잊었습니까?”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교회에서 맡아야 하는 껄끄러운 역할 하나가 바로 서로를 향해 예언자가 되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는 목적을 서로에게 상기키시는 일입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모두가 다른 그리스도인의 주위를 맴돌면서 잔소리를 해대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그런 일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기는 합니다). 내 말의 의도는 그리스도인의  온전한 삶이 어떤 모습인지를 서로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가끔씩 서로 의식을 환기시키면서 “당신은 무엇을 보십니까? 당신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어떤 일에 책임을 느낍니까?”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 하나님 앞에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일은 잔소리를 해대거나 날 세워 비판하는 일과는 다릅니다. 더 자세히 말해, 은근하면서도 꾸준하게 서로를 일깨워서 가장 중요한 것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배하고자 모일 때마다 그 일을  행합니다. 또 사사로이 만날 때에도 원칙적으로 그 일을 행합니다. 가능한 방법을 사용해 그 일을 행합니다. 그처럼 “처음으로 돌아가자. 모든 것의 원천으로 돌아가자. 하나님게서 처음 말씀하신 것에 다시 귀 기울이자”라고 외치는 비판적 목소리를 교회는 언제나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예언자인 우리는 가장 중요한 일, 곧 세례와 성경, 성찬례, 기도로 되돌아가도록 서로 이끌어 줍니다. 

- 로완 윌리엄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