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전절제 수술 이후, 나는 씬지록신 150mcg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씬지록신은 갑상선 기능 저하증 치료제로 나처럼 갑상선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 사람에게 갑상선 호르몬을 대체하는 약물이다. 매일마다 엇비슷한 시간에 나는 약을 복용하고는 한다. 전날 밤, 식탁 한편에 물컵과 함께 약을 놓아두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렇게 아침에 눈을 뜨면 마른 입 속으로는 찬물 한 모금과 함께 약을 창자 속으로 욱여넣는다.
약물은 내 위장에서 녹아 마치 아무런 일도 없던 것처럼, 갑상선 호르몬 전부가 되어 내 온몸을 구석구석 돌아다닐 테다. 마치 이전부터 내 몸의 일부였던 것처럼. 씬지록신은 그렇게 내 갑상선을 대체한 지 꽤 되었다. 내 몸의 일부였으나 이제는 내 몸의 일부가 아닌, 내 갑상선은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갑상선은 땅에 묻힌 후에 썩어 흙이 되었을까, 연구실의 표본이 되었을까. 나로서는 갑상선의 행방을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갑상선 없이도 나는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능 항진증과 기능 저하증으로 나를 괴롭히던 갑상선은 이제 온데간데 가고 없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새끼손가락의 손톱보다 작은 씬지록신이 제 몸보다 몇 배나 더 큰 갑상선을 매일마다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마다 내 몸의 일부로서 나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갑상선과 씬지록신은 매일 나에게 가르침이 될 수 있다. 욕망과 탐심이 아닌, 아침마다 하나님으로부터 공급되는 은혜의 호르몬으로 살게끔 말이다. 호르몬은 내 삶의 일부가 되어 내 몸의 대사와 항상성을 유지시켜 준다. 나는 너무 늦지 않게, 이를 삶의 진리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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