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주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퇴원을 했다. 입원했던 5박 6일은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온전히 몸이 회복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집 근처 작은 요양병원에 다시 입원하게 되었다. 넉넉하게 병가를 쓸 수 있었던 덕분에, 조금 더 회복해서 회사에 복귀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통증은 있지만, 이제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다만, 뻣뻣해진 오른 편의 어깨와 목이 자연스러워지기에는 시간이 조금은 더 걸릴 것 같다. 이전처럼 다시 몸이 회복되는 데에는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조급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 내가 입원한 요양병원은 어르신들이 주로 입원해 있는 병원이다. 그러나 인테리어 공사를 앞두고 있는 5층 병동에는 나 이외에는 어떤 사람도 입원해 있지 않다. 나는 인테리어 공사를 빌미로 6인실을 1인실처럼 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비어 있는 병실과 침상, 그리고 데스크를 보고 있자니 조금은 쓸쓸해진다. 적막함 속에 창문 밖으로 보이는 교회 십자가 첨탑과 무채색의 겨울 뒷동산 풍경에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3. 공사를 앞둔 탓인지, 이곳 병동은 정돈되지 않은 혼란스러움 투성이다. 오와 열을 맞추고 있어야 할 침상들은 아무렇게나 배치되어 있고, 이곳저곳에서 오래된 세월의 흔적들이 보인다. 벽지 곳곳이 벗겨져 있고 더러운 때가 묻어 있다. 어제부터 이곳에서 바퀴벌레 다섯 마리 정도는 잡은 듯하다. 노인에게서 떨어져 나온 각질과 부산물로부터 벌레들은 만족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낡은 건물의 모습이 웬지 병동 곳곳에 켜켜이 쌓여 있는 시간의 무게와 노년의 헐고 닳은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여 마음이 편치 않다. 언젠가 썩고 닳아 없어지더라도 누군가에게 기품 있고 고풍스러운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 쉽지 않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4. 요양병원의 삭막함이 영성을 위한 수련장이 되었으면 한다. 다시 퇴원할 때에는 세상의 아픔과 고통을 보듬어 안는 수도자로 거듭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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