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화요일 저녁, 병원에서의 마지막 식사 후, 병원 문을 나섰다. 이 동네에 정착한 지도 벌써 6년이 다 되어 지겨울 법도 한데, 병원 밖 집 앞 거리를 거닐 수 있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초겨울의 저녁은 차다. 차가운 저녁 공기가 슬리퍼 밖을 삐져나온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퇴원으로 흥분한 몸에서 나는 열로 추위는 어떤 문제도 되지 않았다. 늘 학교를 다닐 때면, 이 요양병원 앞에서 대학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눈길이 이상해 보였다. 그러나 그 시선을 이해하는 데에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직접 입원해 보니 회복과 자유를 향한 동경의 눈짓이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 병원이 비록 유쾌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낡고 허름한 수도원의 수도승의 마음으로 며칠을 보낼 수 있다는 데에 고마운 맘을 갖고 나왔다.
2. 병원 문을 나선 후 아내와 함께 요앞 마트에 나가 이것저것 반찬거리를 샀다. 걸을 때마다 통증이 전해져 왔지만, 통증을 경멸할 수는 없었다. 통증의 강도가 점차 완화되고, 통증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에서부터 신체 변화를 조금씩이나마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술 후 얼얼했던 부위의 감각이 다시 살아나면서 이전에 없던 통증이 생기기도 하였는데, 이 통증을 회복의 징후로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을 본 후에는 장모님께 잠깐 퇴원 인사를 드리고 집에 들어와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다시금 퇴원의 기쁨을 체감할 수 있었다.
3. 수술 후 10일이 되는 금요일 오전에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외래진료 일정이 잡혔다. 이 진료를 통해 지난 수술 때 했던 조직검사의 결과를 듣는 한편, 차후 치료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한다. 다만 병원 담당자와 일정 조율을 하면서 조금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당일 병원에서 갑상선외과 진료 외에도 핵의학과 진료까지 잡혔기 때문에 방사성동위원소 치료가 향후 필요할 듯하다. 다소 불편하겠지만, 몸의 회복을 위해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향후 치료에 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4. 일주일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새로운 일정들이 하나둘씩 생긴다. 오래도록 기다려 왔던 가전제품과 가구가 이번 주까지 해서 모두 배송이 완료될 듯하다. 이곳저곳에 새로운 물건이 채워지기 시작하면서 올해의 남은 기간과 내년이 변화의 시기임을 되새긴다. 조금씩 회복되는 몸의 리듬처럼, 적당히 조급하지 않게 변화에 적응할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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