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화요일 오전, 마취과 진료를 받은 후에 오후 3시쯤 입원을 했다. 갑상선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안부를 물어 왔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염려, 기도 덕분에 한결 편하게 수술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입원한 세브란스 암병원 12층에는 갑상선외과 병동만 아니라, 소아과 병동이 있어 어린 환자들이 많다. 병실에 누워 있으면 어린아이의 장난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리는 한편, 또 다른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는 한다. 이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기쁨과 슬픔이 화해하는 모습을 보게 될런지 의문이 들었다.
2. 수요일 오전 5시, 링거를 꽂고 수술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전날 잠을 설친 것도 이유가 있겠지만, 다소 이른 시각인 까닭에 아내와 나는 그대로 다시 잠에 들었다. 그리고 오전 7시쯤, 나는 이동식 침상으로 올라 눕게 되었다. 이동 병상에 누인 채로 나는 6층 수술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수술실 앞까지 따라왔고, 걱정하지 말라는 인사와 함께 수술 대기실로 들어섰다. 아내에게 말하는 찰나, 눈가에 뜨거운 것이 올라올 것 같았지만 가까스로 참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대기실에 누워 전신마취를 받기 전, 몸의 이상 유무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하고 한참을 누워 있었다. 옆 환자는 위 수술을 받는 환자라고 했고, 또 옆의 환자는 부인과 수술을 받는 듯하였다. 그들에 비해 내 질병이 가볍다는 생각에, 그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으로 어떤 소리도 내진 않았다. 다만, 마음속으로 대림절을 생각하며, 어떻게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할 수 있을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기만 했다. 그리고 수술실로 나는 옮겨졌다. 수술대는 생각 외로 차갑지 않았다. 수술대 위에 뉘어 있는 나는 간호사들에 의해 안전띠로 결박되었고, 산소호흡기를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빠진 것 같다.
3. 얼마나 잠이 들었던 것일까.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1시 반쯤 정신을 차린 것 같다. 오른 쪽 겨드랑이 수술 부위가 얼얼하다는 생각과 함께 몹시 소변이 마려웠다. 간호사를 불러 소변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취가 풀리기까지 화장실에 갈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어정쩡한 자세로 누운 채로, 나는 작은 통에 소변을 보려고 했으나 마취가 덜 깬 까닭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심해지는 배뇨 욕구에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고, 배뇨관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마저도 시간이 걸려서야 가능했고, 배뇨관이 요도에 들어가는 고통도 잠시일 뿐, 배뇨 욕구가 해결되자 그제야 신음소리를 그칠 수 있었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850ml의 소변량 때문에 힘들었을 거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받았다. 화장실에 스스로 갈 수 있다는 평범함에 대해 새삼 감사했다. 그렇게 뉘인 채로 일반실 병상 위에 올라오니 아내가 한참을 기다렸던 모양이다. 회복실에서 혈압이 떨어지지 않아 다소 지체된 것이 원인인 듯했다. 괜찮다는 말과 함께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말을 들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다만 생각 외로 오랜 수술시간에 걱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 엄마가 병실에 찾아왔다. 맘고생시킨 엄마에게 미안한 맘이 들었다. “이젠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는 엄마의 말이 쉬이 흘려보낼 수 없는 것임을 되새기며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4. 이틀째, 생각 외로 수술부위의 통증은 심하지 않았다. 진통제를 더 이상 맞지 않으면 고통이 심해질까 봐 걱정을 했는데, 링거까지 뺐는데도 통증이 심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걷고 움직일 수 있어 감사했다.
5. 삼 일째, 목과 팔의 움직임이나 이동에 점점 불편함이 사라지고 있다. 다만, 배액관에서 피가 덜 나와야 하는데 다소 양이 있어 퇴원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통증이 줄어듦과 함께 배액관에 고인 출혈양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며 회복의 징후를 보게 된다. 오늘은 옆 침상의 환우가 퇴원했다. 인사 한번 나눈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와 그의 가족이 퇴원을 맞이하며 준비하는 모습에 즐거움이 느껴졌다. 그가 떠난 이후 또 다른 환자가 입원하긴 했지만, 이렇게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고 마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림절과 성탄절의 오묘한 교차 속에 슬픔이 환희로 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이곳 암병원 병동에서 받은 인상은 오묘하다. 얼얼한 통증 부위처럼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점차 감각이 회복되어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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