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반성, 사람의 표지

habiru 2022. 11. 17. 11:44

1. 최근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해외순방 중 찍은 사진이 화제다.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의 비공개 일정을 공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11월 12일, 김건희 여사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전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선천성 심장질환 아동의 집을 찾아가 만났다고 한다. 때문에 애초 계획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을 방문하는 각국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가 타국 정상이 참여하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심장질환 어린아이의 집에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2. 그럼에도 김건희 여사의 변경된 일정이 공개된 후, 김건희 여사의 사진을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는 중이다. 이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차치하고서라도 이 사진 및 이후 반응에는 분명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첫째, 대통령실의 무능함이 드러난 사건이다.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의 비공개 일정을 공개함으로써 김건희 여사의 "사려깊음"에 다른 의도가 있는지 대중이 의심을 품게 한 것이다. 대통령실의 무능력 때문에 김건희 여사의 선행이 왜곡되고 오해를 사게 했다. 지난여름, 집중호우가 쏟아져 인재 사고가 발생한 반지하 앞에서 찍은 대통령 사진을 올린 홍보실을 떠올리게 하는 최악의 사진이다.

둘째, "빈곤 포르노"라는 온당한 비판을 무시하는 행태다. 저런 류의 사진은 누가 봐도 빈곤 포르노의 적절한 예시이다. 이러한 사진을 연출한 김건희 여사 및 대통령실의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것을 논외로 하고, 빈곤 포르노라는 적절한 비판마저 부당한 의견으로 치부해 버리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일부 정치인이 "김혜자, 정우성도 포르노 배우냐"라고 따지고는 하는데, 이는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반응일 뿐이다. 내부적으로 저런 사진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이 애석한 일이지만, 온당한 비판마저 반대 세력의 부당한 의견으로 몰아가는 것에는 분명한 잘못이 있다.

3. 정치 세계에서는 반성하는 것조차 나약함의 표지인 것일까. 반성이 나약하고 무능한 자아의 전유인가. 정치를 정치공학으로 배운 까닭에 일어난 문제인가. 10.29 참사에서도 보이지 않는 책임자들의 반성이 답답할 뿐이다. 사람됨의 기본 품성이 반성하는 삶임을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

[시편 6:6-7, 공동번역]
6. 나는 울다가 지쳤습니다. 밤마다 침상을 눈물로 적시고 나의 잠자리는 눈물 바다가 되었습니다.
7. 울다울다 눈이 안 보이고, 괴롭다 못하여 늙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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