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출근길에 라디오 뉴스를 들었다. 마침 MBC 기자 출신의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게스트로 출연 중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전용기에 MBC 기자단이 탑승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대통령실은 MBC가 자막 조작으로 우방국과 외교적 갈등을 조장했고, PD수첩에서 김건희 여사 대역 표기를 안 해 국익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전용기에서 MBC 기자단을 배제했다고 한다.
2. 하수상한 뉴스에 끌끌 혀를 차며 들었다. 다음은 신경민 의원의 인터뷰 내용이다.
계속해서 비난하고 비판을 하고 근거 없이 하면 MBC를 아마 국제적으로 유명한 정말로 언론자유를 구가하는 언론사로 만들어 주려고 결심을 한 것 같아요. 지금 외신들도 주목을 하고 아마 틀림없이 이번 국제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가 거론이 될 거고 이러면 MBC는 가만히 있어도 지금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는 언론사가 될 수밖에 없고요. 아마 프놈펜 하고 발리를 가면 어떻게 왔느냐고 취재가 들어올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MBC를 도와주려고 결심한 거 아닌가. 그래서 저는 전직 MBC 기자로서는 대단히 고마운 일을 해 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키워주시려고 생각하신다면 저는 이 자리를 빌려서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출처: 김현정의 뉴스쇼(https://www.nocutnews.co.kr/news/5847613)
3. 신경민 의원이 반어적으로 대통령실에 고맙다고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최근 유사한 일들이 일어나다 보니 그 말에 내심 공감이 갔다. 개인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까닭은 검찰 개혁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역설적이게도 검찰 개혁에 대한 반작용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키웠고, 결국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켰기 때문이다. 상황 자체가 결과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사실을 해석하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므로 나는 이 해석을 잠정적으로 옳다고 유지할 것이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민정수석 혹은 법무부 장관, 민주당이 합쳐서 검찰을 두들겨 팼더니 도리어 검찰 권력의 화신으로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다. 무뎌지고 부러뜨리려고 만든 연마질이 단단한 검을 만들었다. 역설적이게도 현 대통령실이 MBC를 조질수록 그에 대한 반작용이 MBC라는 이름으로 응집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검찰 세력을 수족으로 부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적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칼을 들이댈수록 민주당은 커질 것이 뻔하다. 엑스맨이 있는 게 아닌 이상, 대통령실은 특정 언론사를 특정하는 일을 멈추는 것이 좋아 보인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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