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선교를 마치고!

habiru 2016. 7. 24. 22:53

지난 23-24일은 국내선교 일정이었다. 무척이나 더운 날씨에 조금이라도 움직여도 땀이 나서 걱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무척이나 더웠다. 그럼에도 꽤나 재밌는 행사였던 것 같다.

왜냐하면,
1. 뻔하디 뻔한 선교와 다르게, 전도를 위한 쇼맨십에 치중하지 않았다. 그보다 지역에서 가장 낙후되었다는 곳에서, 지역초등학교와 연합해서 "축제"를 열었다. 축제는 "어린이 도서"들로 채워졌다. 책 내용을 토대로 야외 활동과 실내 활동을 겸한 게임 부스가 운영되었다. 이외에도 "블로그 만들기" 부스, "에코백 만들기" 부스, "어린이 중고도서 판매" 부스, 각종 먹거리 부스가 있었다. 부스를 방문한 아이들에게는 티켓마다 스티커를 부착할 수 있게 했는데, 스티커를 모을수록 솜사탕과 팥빙수가 무료로 제공되었다.

2. 뻔하디 뻔한 어른들의 기획과 구상과 다르게, 선교에 참가한 중고등부 학생들을 중심으로 부스별 기획이 이루어졌고 운영되었다. 학생 주도적인 선교였다. 어른들의 주도와 계획에 휘둘리며, 따라오라는 명령에 순응하는 선교가 아니었다. 학생들이 직접 고안한 게임들과 아이디어로 부스가 운영되었으며, 부스 운영에서도 일선에 학생들이 있었고 선생님들은 보조자에 불과했다.

3. 선교 동원율이 80% 이상이었다. 아마도 90%에 가까웠을 것이다. 물론 교회에서 가까운 지역(차로 30분 소요)이라서 그랬다. 그래도 소수정예 모범생들에 의해 이루어진 선교와 달리, 다수의 평범한 학생들로 이루어진 선교였다. 아마도 기존의 선교와 비전트립의 학생들이 특공대 정도의 영적 탈월함이 있었다면, 이번에 참가한 학생들은 어쩌면 오합지졸이었다. 그래서 효율도 떨어지고 헌신도도 떨어진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의 축제와 선교가 될 수 있었다.

4. 실적으로도 인상 깊었다. 정식적으로 축제에 참가한 지역 아동들만 하더라도 40여명 가까이 된다. 거기에 부스를 방문하기만 한 숫자를 합산하면, 어른+학생 추산, 70-80명은 족히 될 것 같다. 결국 그 친구들 중 13명이 토요일 오후에 이어 주일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다.

5. 더운 날씨와 좁은 장소로 고생했지만 짜증낸 아이들이 한 명도 없었다. 무덥고 협소한 공간 탓에 짜증낼 법도 있었지만, 한 명도 짜증을 내거나 불평한 친구들이 없었다. 물론 속으로는 엄청난 원망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상당히 고생스러웠지만 끝까지 참여해준 친구들이 대견하다. 자화자찬일지 모르나,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의 반응도 고무적이었다.

결론: 교회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그나마 나름 구미에 맞게 선교를 기획했다. 여전히 인스턴트식 복음 설교를 할 수밖에 없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으나 그럼에도 구조와 틀에 짜여진 행사가 아닌 점에서 매우 즐거웠다. 또 올해 처음 기획되고 진행된 행사인 까닭에 눈치 안 보고 독창적으로 선교 기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나름 즐거운 행사였다. 그리고 선교가 마친 오늘 저녁 시간에 지금 나는 내일 새벽설교를 위해 원고를 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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