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75편
1. (74) [지휘자에게. 알 타스헷. 시편. 아삽. 노래]
2. 저희가 당신을 찬송합니다, 하느님, 찬송합니다. 당신 이름을 부르는 이들이 당신의 기적들을 이야기합니다.
3. “내가 정한 때가 오면 나는 올바르게 심판하리라.
4. 땅이며 그 모든 주민이 뒤흔들려도 내가 세운 그 기둥들은 굳건히 서 있다. 셀라
5. 거만한 자들에게 내가 말하였다. ‘거만하게 굴지 마라.’ 악인들에게 내가 말하였다. ‘뿔을 쳐들지 마라.’”
요 10년 동안에는 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브라운관 앞에서 노래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작곡이나 작사 능력도 탁월한 사람들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오디션의 다른 경쟁자들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거의 전방위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이미지(외모), 성격, 창법, 유머, 인생사 등에 있어서 개성을 갖춰야만 끝까지 생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싱어송라이터(singer-song writer)가 유리하다. 노래를 부르면서 작사나 작곡도 겸하여 할 줄 아는 그런 악마의 재능을 갖춘 사람 말이다.
그런데 아삽도 그런 재능을 가졌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는 노래하는 재능만 아니라, 작사할 수 있는 재주도 탁월했다. 대개 글과 말에는 발화자의 사상이 녹아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능수능란한 위선이 아니고서야 글과 말로 자신을 포장하려 한들, 그것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글과 말에 담백함이 있어 그 맛이 서서히 우러나오는 육수 같은 사람을 사랑한다. 위선의 조미료는 잠깐 풍미를 더할지 모르나, 자극적이라 금방 질리기 마련이다. 이 점에서 아삽은 Israelite got Talent에서 우승을 하지 않았을까.
아삽의 노래에는 구수하고 은은하게 우러나온 성찰의 맛이 있다. 하나님의 심판은 “쩍” 소리를 내며 쪼개지는 수박처럼 단호하다. 아삽이 기도 중에 만난 하나님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선악을 구별하신다. 내 생각에 시편 75편의 백미는 하나님의 1인칭 선언이다. 아삽은 환상 중에 하나님의 선언을 들었을 것이며, 이를 그대로 옮겨 적었다. 천사를 통해 하나님께서 밧모섬의 요한에게 “이 말씀을 가감하지 말 것”을 경고하셨던 것처럼, 아삽도 도저히 가감할 수 없는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인용하여 노래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아삽의 절대적 확신과 신뢰가 이 노래를 창조하였다. 태초에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던 하나님처럼, 아삽도 말로써 종말의 세상을 미리 선취할 수 있었다.
아삽이 만들어 낸 육수의 원재료가 무엇이었을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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